한 여성의 죽음에 대한 세상의 대답
자살이지만 타살인
성전환 수술로 남성에서 여성이 된 23살의 변희수.
성전환 커밍아웃한 첫 군인.
군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그녀는 '신체훼손'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전역 당했다. 수술 전 상관의 암묵적 승인을 받고 계속 복무에 대한 지지도 받았지만, 육군은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강제전역을 명령한 것이다.
고 변희수 하사의 기자회견 (출처: 한겨레)강제 전역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에 나서며 카메라 앞에 섰던 그녀의 모습이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녀는 몇달 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나와 반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를 쟁취하고, 차별 없는 군을 만들기 위해서 기갑부대의 모토인 ‘기갑 선봉’답게 선봉에 나가서 싸울 거예요” 라고.
1년 후, 그녀는 세상을 등졌다. 1년 사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우리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녀의 죽음 후 7달이 지난 오늘, 강제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고인은 승소했다.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의 전환이나 정정이 허용되고 있는 점, 성전환 수술 뒤 변 전 하사의 성별을 여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변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 직후 청주지법에 성별정정 신청을 한 뒤 이를 군에 보고했고 이후 법원이 변 전 하사의 성별정정을 허가한 점을 고려할 때, 전역처분 당시 군인사법에 따라 심신장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도 성별이 전환된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이므로) 남성의 성징인 신체 일부가 없는 상태를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그녀가 속한 세상에선 당연하지 못했다.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한 그녀는 세상을 등지고야 말았다. 그녀의 죽음을 자살이라 어찌 부를 수 있을까.
이 당연한 이야기가 상식이 되길.
더 이상 누군가의 성적 정체성이 다른 누군가가 휘두르는 폭력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