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인사실패의 최고봉
#윤석열의 당선.
임기말까지도 4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레임덕'이 없음을 은근히 자랑해 온 문재인 정부. 5년만에 정권을 빼앗기면서 '착한' 대통령이라 자위라도 하던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무능함을, 40%대의 지지란 '문파'라 불리는 극렬 팬층이 과대 대표된 결과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 무능의 핵심은 인사 실패. 수 없이 많은 인사 실패와 그로 인한 국정혼란이 줄을 이었으나, 실패의 최고봉은 윤석열의 발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개 변방의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기용해 라이벌 당의 대선후보 길을 깔아주고 결국 대통령 자리까지 내주게 되었다.
국민의 힘은 정권을 탈환했으나, 불과 0.8%포인트 차의 신승.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25만 표 차다. 선거운동 기간에 진저리나게 본 것처럼 '누가 더 좋아서'가 아니라 '누가 더 싫어서' 투표를 한 대선. 윤석열과 국힘당을 '더' 싫어하는 이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란 국가적 위기가 몰아쳐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제 야당이 된 172석의 민주당은 2024년 국회의원 선거 때가지 앞으로 2년 동안 사사건건 국힘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미세한 변화는 있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탄핵시켜 본 경험이 있다.
부산저축은행사건, 대장동사건 등에 윤석열이 개입되어 있다는 증거는 향후 5년 내에 밝혀지기 쉽지 않을 터. 윤석열을 뽑은 사람들은 그가 '공정과 정의'의 칼날을 휘둘러 왔다고 믿었지만, 그의 아내 김건희야 말로 '공정과 정의'라는 동전의 뒷면 같은 삶을 살아왔다고 의심 받고 있다. 본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더해 윤석열의 장모이자 김건희의 엄마는 요양병원을 불법설립해 부당급여를 받는 등 각종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아내와 장모를 감옥에 보내고 올곧은 정의의 수호자로서 역사에 기록될 것인가, 이들을 비호해 권력을 가진 남편이자 사위로 남을 것인가. 국민의 힘은 윤석열이 '국민의 짐'이 돼 정권재창출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그를 손절할 것이다.
국민들은 윤석열의 무능도, 무식함도, 무례함도 다 눈 감아줬다. 공정과 정의, 상식의 구현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등에 업고 출현한 정치 신출내기의 최대 리스크는 아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이 빨치산이라고 비판받자 '저더러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절규해 오히려 대중의 응원을 받았다. 윤석열은 노무현이 아닐뿐더러, 김건희의 혐의는 '정서'의 영역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의 영역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 김건희는 MBC의 7시간 녹취록 뻘짓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장부' 같은 이미지를 가진 어느 면에서 비범한 사람이다. 학력위조도 서슴지 않고 입신양명의 길을 좇아왔고, 미술계의 허술한 지점을 잘 짚어 자신이 설 곳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남성들이 그의 출세 욕구에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보인다. 풀메이크업을 하고 눈물의 기자회견을 해서 뭇 남정네들의 동정도 샀다. 김건희의 삶 자체가 이미지 메이킹의 역사다.
대한민국 정치는 더 이상 실력이나 원칙, 신념 따위를 묻지 않게 된 듯 하다. 이미지에 사활을 건다. 선거 때까지는 몸을 낮췄지만, 이제 영부인이 된 이상 그는 현대적 '국모'의 이미지 구축에 열을 올릴 것이다. 정상회담 때마다 윤석열의 쩍벌과 도리도리, 스크립트 읽기는 한경오의 단골 비판소재가 되겠지만 김건희의 예술품에 대한 조예가 버무려진 내조 이야기가 조중동 박스 기사와 찌라시를 차지할 것이다.
평생 배고파 본 적은 없고, 평생 남을 때려잡는 일만 해봐서
세상이 내게 맞출지언정 '나를 세상에 맞춰 본 적' 없는 검사 출신 대통령의 출현은
끊임 없이 밖에서 새 인물만 찾아온 정치가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며
정치의 사법화의 필연적 결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 복무했던 사람들, 이들과 가깝게 지내며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몰아닥칠 칼바람에 간담이 서늘하다.
조국, 추미애,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차례로 겪으며 핍박 받았다고 느끼던 검사들이 '제자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미래, 희망, 공정, 상식과 같은 것들이 핏물에 둥실둥실 떠다닌다면, 그것은 우리가 바라던 미래, 희망, 공정, 상식일 수 있을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 한 마디, 그 너머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대오 각성해야 한다. 결코 정치 무대에 발을 들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다음 선수가 없다. 여의도에 꾼은 많은데 '정치인'도 '정치가'도 없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사람을 키우지 않아서 정치 입문 370일에 불과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다.
사람을 키우지 않아서 온갖 스캔들과 인성논란이 불거진 이재명이 나와 결국 민주당은 졌다.
어느 구석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나는 도대체 무얼 바라며 이리 한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