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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Feb 29. 2024

2024년 1월 3일

아이슬란드 겨울 트래킹 1일 차

새벽에 일어나 오로라는 꼭 보겠다는 마음에 밤새 커튼을 치지도 않은 채로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에 몇 번이고 일어나 구름이 걷혔는지, 별을 볼 수 있는지를 확인했지만 모든 수고는 헛것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저녁을 보내고 나니 당연히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지는 못 했다. 


호텔 아침을 먹고 8시 반 3박 4일간의 트래킹 여정을 출발한다. 아직 날이 엄청 어둡다. 헤드랜턴을 켜고 얼음 위를 걷기 시작했다. 차도 옆으로 난 아닌 자전거 도로를 1시간 정도 걸었을 때였다. 먼 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고, 개 짖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어두웠지만, 담장이 있는 걸 확인하고 그들이 저담장을 넘어 나에게로 오지 못 할 거라고 확실했지만 혹시나 모르니 자전거 도로에서 자동차 도로로 옮겼다. 동시에 갑자기 몽골에서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제발 차 한 대가 지나가기를 바랐다. 두 마리 개가 담장을 넘고, 나와 대치하는데 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로 위에 개 두 마리와 나, 주위에 도움을 전혀 구할 수 없는 상태에서 5m 간격을 가지고 서 있었다. 그들에게 뒤를 보이면 더 위험할 거란 생각에 그들과 맞대고 가만히 서 있었다. 개들이 짖어 대자 나도 모르게 더 큰 소리로 개들에게 짖어대며 응수했다. 그렇게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나서 개들이 꼬리를 내리고 물러났다.


아찔한 헤프닝이 끝나고, 걸음을 계속했다. 5시간 동안 27km를 걸을 동안 쉴 만 곳을 찾지 못해 계속 걸었다. 어느 정도 큰 도로에 도착하자, 자동차들도 그전보다 많이 다니고 도로 위에 Bar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점심도 거를 상태에서 추위 속을 걸었다. Bar에 들어가서 웨이터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부탁했다. 웨이터는 나의 인상착의를 보며, 여름에는 나처럼 트래킹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겨울에 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올해는 작년 -20도의 추위에 비해 안 추운 거라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밖은 -10인데!!


오늘의 목적지인 Gullfoss를 찍고, 그곳에서 3km 떨어진 미리 예약해 두었던 호텔로 들어갔다. 체크인 후 구름이 언제쯤 걷힐지 오로라는 언제쯤 다시 나올지를 확인했다. 인터넷에는 구름을 새벽쯤에나 걷힐 예정이라고 한다. '아 오늘도 오로라 보기는 틀렸구나'라고 포기하고 빠른 잠자리에 들렸는데, 갑자기 밖에서 바삐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 혹시나 하고 나가 보니 진짜 나타났다. 오로라가 드디어 나타났다. 사진처럼 화려하고 선명하게 나타나지는, 계속 보고 있으면 흐미한 빛들이 살짝살짝 움직이는 게 점점 오로라의 매력에 빠져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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