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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Mar 03. 2024

2024년 1월 4일

아이슬란드 겨울 트래킹 2일 차

어젯밤, 호텔 로비에서 인사 나눈 Perdic과 아침 식사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우리는 서로의 여행 계획과 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아이슬란드에서 걷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큰 감명을 받은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과 함께 폭탄 질문이 시작되었다. 왜 겨울에 이런 일을 하는지,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며칠 동안 하게 되는지, 준비물은 모두 있는지, 혹시 필요한 건 없는지 등등. Perdic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보온병 필요 여부를 묻고 기꺼이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내가 준비해 가지 못 한, 현지에서 직접 필요한 것을 운 좋게 공수받을 수 있다니! 

출발을 앞두고 호텔 로비에서 긴 하루를 대비하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는데, 아시아 여성분이 다가오더니 한국 분이냐며 물으시면서 어제 도로에서 걷고 있는 걸 봤다며 이 추운 날씨에 걷는 나를 응원해 주었다. 


나의 걷기 여행은 힘든 경험 속에서 강해지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였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응원을 받으니 이런 여행을 계획한 걸 참 잘했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계획했던 것일 수도. 


8시 반 출발, 어두운 하늘에 별들이 가득하고 주변은 눈으로 덮인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 위에서 혼자 서 있으니 대자연이 모두 내 것 같다. 내 앞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다. 차디찬 바람이 내 온몸을 감싸고 지나가지만, 그 찬 바람마저 상쾌하게 느껴지는 출발이다. 어둠 속에서 걷고 있을 때, 왼쪽 오른쪽이라고 말할 것도 없이 내 정면에서 별똥별이 긴 꼬리를 자랑하면 떨어졌다. 이번 한 해를 좋은 좋은 일만 가득하겠구나라고 기대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1시간이 지나니 살을 파고드는 추위가 지금 내가 어디에서 걷고 있는지 현실을 자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어제 점심에 잠시 들려던 Bar가 오픈했기를 바라며 Bar를 향해 걸었다. 다행히 어제 이야기 나눈 직원이 오픈 준비 청소를 하고 있었고, 나는 윙크와 함께 식당으로 들여보내 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친절하게도 직원을 식당 문을 열어 주었고, 난 식당 화장실에서 내가 입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껴 입고 나왔다. 고맙다는 정중한 인사와 함께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다시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저 멀리서 물기둥이 하늘로 쏟구치는 관경을 보았다. '아 저기 저기에 게이시르(Geysir)가 있나 보다!' 게이시르에 도착한 시간은 동이틀 10시쯤 저녁노을만큼 하늘을 붉게 물 들어 있을 때쯤 난 게이시르 앞에 서 있었다.



어제 예상 거리를 초과하여 걸었고, 중간에 많이 쉬지 못했다. 그 결과 왼쪽 무릎 뒤가 부어올랐다. 오늘은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주었지만, 그때만 잠깐 효과가 있을 뿐 몇 시간 걷고 나면 다시 통증이 와 제대로 된 걷는 속도를 못 냈다. 목적지(Laugarvatn)가 3km 남아 있는 지점에서는 더 이상 걷지 못할 것 같았다. 때마침 200m 떨어진 곳 길가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차까지 걸어가면 서 속으로 '제발 조금만 더 거기에서 쉬고 있으세요'라고 속으로 외치며 걸어갔다. 내 내적 외침을 들었는지, 다행히 차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그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차 안에는 여성 한 분이 사과를 먹고 있었고 내가 도움을 위해 자기 차로 오고 있다는 걸 감지한 것 같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것 같다며, 자기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난 바로 앞에 있는 마을을 가리키면서 혹시 가려는 방향이 마을과 같다면 마을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그녀는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나를 태워준 여성분은 아이슬란드인 Lun로 자기도 그 마을에 있는 천연 온천을 가려했던 참이라고 말했다. 머! 천연 온천이라고!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인데!!! 나는 그녀에게 천연 온천 대한 정보를 얻는 동안 어느덧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내가 예약한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곳에 온천이 있었다. 필요한 타율과 스포츠용 반바지를 챙겨서 온천으로 향했다. 천연 온천과 사우나를 오가며 근육을 풀어 주었고, 바로 앞에 얼음 호수에 몸을 담그며 근육을 다시 수축해 주기를 반복했다. 이 온천에 장점은 야외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몸을 따뜻한 물에 담그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온천 안에서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면 별똥별이 한 번 '쑹', 두 번 '툭', 세 번, 그리고 네 번이나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게도 다른 한쪽에서 오로라가 서서히 피어나고 있었다. 


정말 드문 광경을 이런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오로라는 인생에 한번 볼까 말까 광경이고 별똥별도 워낙 드물어서 별똥별을 보면 그 사람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니면 저 떨어지는 별똥별이 좋은 소식을 내게 가져다준 것일지도 모른다. 피어나는 오로라, 떨어지는 별들 그리고 이 모든 자연을 즐기라는 좋은 소식, 그리고 지금 행복해라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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