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봉도 이일레해변에서 맞는 아침
반짝이는 물결이 되어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이 무료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습지의 사랑, 조예은-
쏴아아아 차르르르 쏴아아아 차르르르
어젯밤 날 재우던 자장가는 날 깨우는 알람 소리가 되어 나를 부른다.
포근하게 감싸던 허물을 벗고 일어나 그 소리를 좇아 바깥세상을 맞이한다.
쏴아아아 차르르르 쏴아아아 차르르르
만물을 비추기 위해 일찍이 일어난 해는 벌써부터 따사로운 햇빛으로 바깥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그 해의 근면성실함에 감응한 파도는 더욱더 반짝이는 물결로 해를 응원한다.
쏴아아아 차르르르 쏴아아아 차르르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모래사장에 스며들기도 전에 또 다른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고 뒤섞여 다시 밀려난다.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더 먼 곳으로.
나도 이곳에 온전히 스며들기 전에 저 반짝이는 파도를 따라 더 먼 곳으로
370년 전, 신씨와 황씨라는 두 어부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만난 섬, 신황도.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승봉도라고 한다지.
이곳에서 나는 나에게만 다가오는 진실한 문장을 읊조린다.
반짝이는 물결이 되어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이 무료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나의 무료함이 승봉도 바다에서 물러난다.
그제야 들어온다.
반짝이는 물결이, 누군가 밟고 지나간 모래사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