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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 Jan 23. 2022

나의 금요일은 25시간

내가 혼술하는 이유

 '쾅'

 이번 주를 마감하고 집에 돌아와 문을 닫는다. 불금을 보내기 위해 왁자지껄한 저 문 밖 세상과 나만의 시공간을 분리한 채, 한 손에 들린 편의점 맥주가 담긴 봉지를 내려놓는다.

 사람들에 휩쓸려 지냈던 한 주, 난 혼자보단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는 극강의 ‘E’ 성향(MBTI에서 말하는 외향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만큼은 홀로 맥주를 따르며 나만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른다.

‘절’이 단지 ‘속세에서 유리되어 있는 조용한 공간’에 대한 환유라면,
우리에게는 혼술이라는 것도 있으니 술이랑 딱히 대척점에 있는 건
아니지 않겠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 아무튼 술, 김혼비 -
 

 나는 금요일 밤엔 속세에서 유리한 나의 공간에서 홀로 술잔을 채운다. 소용돌이치듯 날 휩쓸고 지나갔던 타인의 흔적들 그리고 업무에 치여 내 세포 사이사이를 갑갑하게 틀어막고 있던 고단함은 톡 쏘는 맥주의 탄산과 함께 씻겨 내려간다. 맥주 한 캔을 비우고 나면 발끝부터 저릿저릿하며 온몸의 혈관에서 따뜻한 기운이 맴돈다. 그제야 나는 페르소나를 벗고 온전한 나의 민낯을 마주한다.


'그날은 곧 숨넘어갈 듯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꽤 뿌듯하네?'

'아~ 그 00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을 때 이렇게 받아쳤어야 했는데!’'

'내가 그때 좀 예민하긴 했지. 괜히 그 친구한테 화풀이한 것 같아 미안하네. 다음 주에 보면 사과해야지'


 꺼내지 않으면 영원히 속에서 맴돌며 나를 까맣게 태워버릴지 모르는 말들과 꺼내놓고 보면 별것 아닌데 혼자 가슴에 품어서 괜한 몸집을 불리는 말들을 홀로 읊조린다. 나의 내면 구석구석을 한 주 동안 어디 다친 곳은 없나 무리한 곳은 없나 살피며 스스로를 보듬어준다.


 7일 중 가장 온전한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 금요일 밤. 그 시간이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 흘러가는 금요일 밤의 끝자락을 붙잡고 놓지 못한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나의 심장박동은 평소보다 빨라지데 그 순간 내 주변의 시간은 유난히도 느리게 흘러간다. 이렇게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고 나면 나의 금요일은 25시간이 되어있다.


 아쉽지만 다음 주 금요일 밤에 또 만나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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