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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연 Aug 02. 2019

융합은 아는 만큼만 가능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다시 뇌 과학으로 돌아가보자. 융합은 생각 충돌을 통한 뇌의 화학반응이다. 충돌에 사용할 수 있는 ‘생각의 재료’에다, 생각이 서로 충돌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 뇌는 화학반응을 시작한다. 생각의 충돌은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이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과 만날 때 시작된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의 충돌’은 ‘생각의 재료’가 풍부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바로 생각의 재료인 ‘지식과 경험’의 중요성이 있다.


필자는 한 달에 최소한 100권의 책을 본다. 어떻게 하면 이것이 가능할까?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인터넷서점 사이트를 방문하여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목록과 책의 요약 부분을 모두 읽는다. 그 중에서 괜찮은 책을 발견하면 구입한다. 이 과정을 매주 반복하다 보면, 베스트셀러 목록이 한꺼번에 바뀌지 않기에, 일주일에 단 10분만 투자하면 목록의 새로운 부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더욱이 계속된 독서가 만들어준 통찰로 인해, 신간일지라도 요약 부분만 읽으면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읽어야 할 책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많은 수의 책이 후자에 속한다. 이렇게 한 달에 최소한 100권의 책을 보게 되는 것이다.


분명히 강조하지만 한 달에 100권을 ‘읽는다’라고 하지 않았고 ‘본다’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정독을 하게 되는 책은 3~4권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집어넣기’만 하지 말고, 반드시 ‘꺼내는’ 과정을 가져야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필자는 이 과정을 발표자료 작성으로 해결한다. 책을 읽으면서 만난 새로운 생각의 재료를 파워포인트와 문서작성기 등을 통해 타인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료로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생각의 충돌을 만들고 그것을 정리한다. 읽기만 하는 행위보다 기억하는 데도 높은 효과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꺼내면서 일어나는 생각의 충돌 과정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 간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독서습관은 더 많은 생각의 재료와 새로운 통찰도 가져다 주지만, 요즘 사람들이 어떠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시대의 흐름 즉, 트렌드와 그 세부 내용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역할도 함께 해준다. ‘베스트셀러’ 도서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쓰는 ‘공감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언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상대의 공감에 꼭 필요한 표현들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한 손에 횃불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여러분은 이 장면으로 무엇이 상상되는가? 바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의 이야기다. 유럽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예술작품들을 보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경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유럽인들을 이해하기 위한 ‘공감언어’이기 때문이다.


바다 한가운데 뱃머리에서 젊은 여인이 두 팔을 벌리고 바다를 향해 서 있다. 그 뒤편에 있는 젊은 남자는 상기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여러분은 이 장면에서 무엇이 상상되는가? 영화 타이타닉(Titanic)의 한 장면? 혹시 한국인이라면 임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 떠오르지는 않는가?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타이타닉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이고, 심청전은 부모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효심에 관한 이야기다. 이처럼 공감언어에 따라 해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을 전달하지만, 이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서 만들어진 관념으로 한다. 그 관념을 정확하게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공감언어’다.


이처럼 공감언어를 알지 못하면 상대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그리스로마 신화, 성경, 세계사, 고전문학, 그리고 현재의 베스트셀러 도서 등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인기를 누리고 있는 노래와 드라마, 그리고 영화 등의 대중문화 또한 대표적인 공감언어다. 공감언어를 많이 알수록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감언어를 최대한 많이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를 그저 흘려 듣지 말고 궁금해 하고, 그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다.


코난(Conan)을 아는가? 미래소년 코난(1978년), 바바리안 코난(1982년), 명탐정 코난(1994년) 등 무수히 많은 코난이 존재한다. 청소년기를 보낸 시기에 따라 코난은 서로 다른 사람이 된다. 이 때문에 서로 다툼이 생긴다면? 이처럼 세대간의 갈등도 상대의 공감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우리가 ‘꼰대’라고 부르는 사람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공감언어를 쓰는 사람이라고 이해해 보면 어떨까? 이 경우,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나 또한 ‘꼰대’인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은 공감언어의 차이가 만드는 결과인 것이다. 나이에 따른 세대 차이, 국적과 같은 출신지역에 따른 문화 차이 등, 인간 관계가 만드는 대부분의 마찰이 이 때문에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한 ‘베스트셀러 도서’와 마찬가지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라면 반드시 보기를 권한다. 그런데 보러 갈 시간이 없거나 시기를 놓쳤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만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라도 알아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욱이 이러한 영화나 드라마의 줄거리를 친절하게 정리해 놓은 블로그를 검색만 해도 바로 찾을 수 있는 시대여서 결코 예전처럼 힘든 일도 아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상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기가 하는 말을 상대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대화가 나의 공감언어와 상대방의 공감언어의 교집합에서 서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상대의 공감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분명 이런 상황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공감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노력은 타인과의 공감을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자, 생각의 충돌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생각의 재료’인 ‘지식습득’의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석연

산업공학 박사. 25년간의 정보통신 관련기업 경영과 10년간의 대학강단에서 만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기술 트렌드와 아날로그 인문학의 융합'을 탐구하고 있다. 글쓰기와 강연으로 그동안 쌓은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며 세컨드 라이프를 살고 있다. 저서 <이미 일어난 스마트 시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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