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バブル)」이라는 책은 2017년에 샀다. 일본이 정상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한 원점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인 듯 하다. 책을 사놓은 채 그냥 책꽂이에 꽂아만 두다가 얼마 전 본격적으로 읽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와 일본은 다르다. 최근 우리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지속되는 불황으로 인해 마치 일본의 버블 붕괴를 따라가는 게 아닌가 하고 우려하는 시각도 일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가 똑 같은 과정을 겪어 온 것이 아니므로 일본과 같은 형태로 버블붕괴가 온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과거 경제체제가 일본을 모방하여 시작했던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명 비슷한 점이 있다. 따라서 일본이 겪었던 버블과 그 붕괴과정을 알아두는 것도 조금의 도움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永野健二(Nagano Kenji)는 49년 생으로 일본 교토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일본경제신문에 입사하여 기자로서 일본의 버블 당시 다양한 경제사건을 취재한 경험으로 이 책을 썼다.
일본은 1980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 역사상 아니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버블을 경험했다. 저자는 “버블은 정말 ‘제2의 패전’이었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이 또 한번 패전한 것이 버블과 그에 따른 버블붕괴라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었고 지금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저자는 말한다.
“일본에 기적의 부흥과 고도성장을 가져다 준 것은 정치, 관료, 재계가 하나가 되어 일본 독자의 ‘전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상황이 변한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글로벌화와 금융자유화에 의해, 일본은 국내와 국외 양쪽에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85년의 플라자 합의.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리스크 감각이 결여된 광란의 시대가 시작된다. 일본인의 가치관이 붕괴되고, 사회가 붕괴되고 그리고 ‘전후 시스템’이 붕괴되었다.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버블이란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일본을 붕괴시킨 진짜 범인은 누구였던가?”
이 책은 저자가 ‘잃어버린 20년’이 지나고 점차 모습이 드러나는 버블의 실체에 대해 약 270쪽으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책은 ‘태동-확장-광란-청산’ 이렇게 크게 네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다. 버블이 일어나게 된 시발점부터 시작하여 당시 일본 정치경제의 역사를 상세하게 기술해 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40~50년 전의 이야기지만 현재의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정말 상당히 불행히도 과거와 현재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함을 느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 책의 주요 부분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