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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23. 2019

양극화: 2. 나는 여전히 중산층일까?

[연재]상류인생/하류인생

3. 자산을 가지고 있지 못한 죄


불행히도 중산층은 자신을 지켜주는 보호 장비인 자산(資産)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그럭저럭 부족하지 않는 생활을 누려왔지만, 그 돈의 공급선이 끊어져버리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것이다. 마치〈신세기 에반게리온〉(note- 신세기 에반게리온〉;전투병기인 에반게리온을 조종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로봇 에바(EVA)와 같은 신세이다. 동력선이 끊어지면 자가발전을 할 수가 없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중산층의 자화상이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라.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해 공장을 해외로 내보내거나 수지 안 맞는 사업을 접어버리고 모든 돈을 땅에 쏟아 붓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중산층의 동력선도 서서히 끊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스스로 동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자산을 만들어놓지 못한 중산층은 끊어져가고 있는 동력선을 바라보며, 마음만 불안할 뿐이다. 


물론, 그 동안 몇 번의 기회는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IMF 구제금융’의 시기였다. 원래 기회란 혼돈의 시기에 찾아오는 법이다. 나라가 절단날 것만 같았던 그 시기가 바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 기회를 거머쥔 사람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어떤 이유에서건 집을 사거나 해서 자산을 축적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불안해할 뿐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았다.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랴……. 그보다는 앞으로가 문제 아닌가.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자산을 갖지 못한 중산층의 몰락도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이제 자신이 중산층이라 믿는 사회 구성원이 50%가 아니라 40%, 30%로 줄어들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문득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더 이상 중산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 중산층이라 착각하며 살았던 자신의 현실을 비로소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력선이 끊어져가도 기존의 소비 패턴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도 가야 한다. 간혹 공연이나 영화관람, 아니면 가족끼리의 소소한 외식 정도는 해야 한다. 자식 된 도리로 부모님 용돈도 챙겨드려야 한다. 아니, 다른 것은 다 줄여도 자식농사에 들어가는 교육비만큼은 줄일 수 없다. 


나름대로의 사정은 다 있다. 그리고 정말 사는 데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야속하게도 중산층의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마저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성실히 살았건만, 단지 자산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죄 때문에 말이다. (김의경)


이글은 저의 저서 <상류인생 하류인생>(김의경著, 갈매나무刊, 2007)의 내용 중 일부를 연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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