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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23. 2019

양극화: 2.나는 여전히 중산층일까?

[연재]상류인생/하류인생

1. 중산층이 몰락한다!


흔히 중산층이 두터워야 그 사회가 건전하고 안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상류층이며 부자라면 참 좋으련만, 자원에 한계가 있는 현실 세계에서 모든 사람이 다 상류층이고 부자일 수는 없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빈부의 격차는 생기게 마련이고, 가난한 사람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 사회에 너무나 가난한 사람이 많으면 사회는 불안과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중간 계층의 존재가 중요한 것이다. 


중산층이란 어떤 계층인가? 아쉽게도 중산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란 없다. 상류층이나 지배 계층, 혹은 노동자층이나 극빈자층은 어느 정도 구분을 할 수가 있지만,“어느 계층부터 어느 계층까지가 중산층이냐?”라고 물을 때 이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럼 중산층이란 무엇일까? 박태순의 소설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안정된 생활을 빠듯하게 유지하면서 제집 마련하여 살아가고 있는 이른바 서울의 중산층 가정을 엿볼 수가 있었다.”


그의 소설에서 묘사한 내용을 근거로 중산층을 추정해본다면, 비록 빠듯할지언정 자신의 집을 마련하여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는 계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우선 자신의 집이 있어야 중산층이라 하자. 지금은 없지만 향후 몇 년 후에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달성 가능한’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이 역시 중산층의 범주에 넣어도 될 듯싶다. 


그런데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모호한 부분이 여전히 있다. ‘비록 빠듯하게는 유지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생활’이란 과연 어느 정도인가? 대략 월 소득이 어느 정도 되고, 어느 지역에 살면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느 정도의 문화생활을 누리며 사는 것이 안정적인 생활인가? 이렇게 묻는다면 중산층의 개념은 다시 모호해진다. 

이렇게 추상적이고 모호한 중산층의 개념은 어떤 수치로 규정하기보다는 그 사회 구성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인 스스로가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안정적이고 건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 지난 10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자신이‘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80%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2006년 3/4분기 통계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3.4%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8천 달러 수준에서 1만2천 달러를 넘어섰다. 수치상의 평균소득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믿던 사람들 중 40% 정도가 더 이상 자신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하다. 10년 동안 늘어났다는 1인당 국민소득 증가분인 4천 달러어치는 다른 계층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이란 것은 4천8백만 국민 개개인이 1년간 벌어들인 소득이 똑같이 1만2천 달러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소득을 단순하게 4천8백만 명으로 나눈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도 전체 소득이 늘어났으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윤택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50%대로 줄어든 중산층을 보면, 실제 피부로 느끼는 경제와 수치상의 경제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솔직히 과거 10년 동안 일반 서민들의 급여가 물가 대비하여 그렇게 오른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갑자기 호화로운 생활에 빠져 엄청난 생활비를 지출했을 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는 자녀 교육비나 월세 등으로 이래저래 돈 나갈 데는 늘어나고 내 집 마련은 요원해지다 보니, 스스로가 빠듯하고‘불안한’생활을 꾸려나가는 계층으로 서서히 전락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세상이 이렇게 변해버렸다. 박태순의 소설에서도 묘사되었듯이 중산층의 생활이란 빠듯하기는 하나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대부분이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김의경)


이글은 저의 저서 <상류인생 하류인생>(김의경著, 갈매나무刊, 2007)의 내용 중 일부를 연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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