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42 그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부인했다.
내가 따졌을 때, 그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부인했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다. 나와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어른 한 분이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본인의 딸이 중학교 때 있었던 친구와의 다툼이 아직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 참 시간이 흘렀지만 계속 그 기억에 아파했더랬다. 약도 먹고 병원도 다니고 치료를 위한 수단들을 갖가지 동원했다. 의사의 추천으로 학교 폭력을 했던 친구를 만났다. 가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의 말과 행동으로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아파."
상대방은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죽을 것 같이 아팠던 순간도, 눈물 줄줄 흘리며 슬퍼했던 날도, 심지어 가장 행복했던 날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옅어지고 언젠가 그 마지막엔 기억을 지운다.
재작년 여름 너무 아파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으며 간신히 살았더랬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가족들의 얼굴과 친구들을 떠올렸던 그 순간의 고통이 내가 겪었던 가장 큰 아픔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 기억이 생생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헷갈리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물론 너무나 심각한 일 혹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도 당연히 존재한다.
상대방을 생각해볼까. 어릴 적 치고받고 싸웠던 친구. 심한 말로 나에게 상처를 줬던 어른. 그리고 내 인생을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준 사람까지. 그 사람들은 어떨까. 나조차도 기억이 옅어진 일을 기억할까.
당신은 어떤가. 누군가에게 상처 주고, 타인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새겼던 일을 기억하는가.
누군가가 당신 앞에 10년 만에 나타나 말한다.
"너의 말 한마디로 난 10년을 아파했어."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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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라. “내가 따졌을 때, 그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