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rish Jun 24. 2021

아니, 근데, 잠시만, 암튼

아니, 근데, 잠시만, 암튼


2주 전 카카오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했다. 음성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이다. 모르는 사람과도 함께 음성으로 소통하고, 또 친한 친구와도 만나서 대화하는 것처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카카오에서는 이 서비스의 이름을 ‘음’으로 지은 것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말을 시작할 때 ‘음’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말 맞다. 신중하게 대답을 하고 싶을 때, 머뭇거릴 때, 갸우뚱 느낌이 들 때, 또 그냥 말문을 열 때 ‘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나 역시도 음…이라는 표현으로 말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내 대화 습관을 조금 더 곱씹어 보기로 했다.


최근엔 처음 만나는 사람,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일이 많았다. 내게 있어 대화의 기본 예절은 ‘공감’이다.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내 MBTI는 ‘T’, 감정형인 F와 다른 사고형의 유형이다. 나는 내가 사회인의 길로 자꾸만 발을 내딛을수록 ‘T’적 성향이 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최근 다시 검사를 해봤더니, 과거의 나보다 ‘T’가 차지하는 비율이 확실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결과를 눈으로 본 이후 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분야는 감정적 공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회화를 거치며 필수적 요소인 감정적 공감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많이 드러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줄곧 고민해왔다. 어떤 말을 통해 내가 이야기를 잘 듣고 있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선택한 방식은 바로 ‘아 진짜요? 그렇구나~’였다. 물론, 최근에는 ‘아 진짜요’병이라는 식으로 이 대화법을 비판하는 새로운 밈이 나타났다고는 한다. 그럼에도 내가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아 진짜요? 그렇구나~’라는 표현은 필수적임을 느낀다. 특히 요즘처럼 내가 잘 모르는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할 때면 배경적 상황을 모르는 나로서는 공감의 방식이 참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이 때에 아진짜요 그렇구나라는 말이 습관적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다음은 ‘암튼(아무튼)’, 가장 쓰는 말이다. 대화 과정에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암튼, 이라는 말로 정리를 시도하곤 했다. 이미 넓게 퍼진 대화의 요소를 퍼담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글쎄, 실제로 퍼담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이지만, 그래도 암튼은 대화를 정리하는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이야기가 산으로 갈 때 후다닥 대화를 마무리하는 좋은 장치. 그런데, 너무 많이 사용한 나머지 이젠 하나의 말버릇이 되었다. 암튼은 아무튼의 대화체라고 믿는데, 최근 나를 제외하고도 ‘아무튼’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TV프로그램과 여러 책 제목, 그리고 문장들에서도 ‘아무튼’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이를 말버릇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암튼이

다. 굳이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아주 간편하게 대화를 마무리 할 수 있다.


암튼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다. 또 어떠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지 오늘 하루 내 말을 곱씹어보고자 한다. 


[2021-06-24 목요일의 글쓰기 ] '말버릇으로 하는 말을 2개 소개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어떠한 일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