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글쓰기
내 장점은 정체성으로부터 나온다.
“특기, 취미, 흥미” 꼭 한 번씩은 고민해봤을 것이다. 아주 평범하고 보편적인 질문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화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특기, 취미, 흥미에 대한 답변은 스스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해놓는다. 나 역시도 그랬다. 특기는 특기로, 취미는 취미로, 흥미는 흥미로 뻔한 답을 정해놓고 있다보니, 그게 나의 특색이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문득, 예전 이건희 회장에 대한 칼럼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특기를 장기로, 취미를 장점으로, 흥미를 특색으로 바꿔보라는 이야기였다. 장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장점은 내 정체성 안에 녹아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내 장점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특기
어린 시절 운동을 했었다. 지금의 취미는 아니지만,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 나중에는 내 생활, 내 목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예절을 배웠다. 그 운동은 특히나 ‘예’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는 시간마다 나는 예의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무릎을 꿇고 운동을 시작하고, 매 경기마다 감사의 인사를 지극 정성으로 표현해야만 했던 운동을 통해 나는 원하지 않게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에서 나는 사회성을 배웠다. 최근에 들어서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특이한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나와는 다른 가치관의 사람이 많았고, 그 중에는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사회성이 높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성에서 기인한다. 내 특기였던 활동을 통해 나는 장점을 얻을 수 있었다.
*흥미
어릴 때부터 학교 생활 중 재미있게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다. 바로 ‘창체’. 초등학교 땐 이 시간을 통해 학급 회의를 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않더라도 내가 납득할 만한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때부터 규범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룰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것. 내 MBTI 중 가장 확고한 J형은 여기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이게 흥미라고, 특기라고 또 장점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꼼수 없이 일을 해낼 때 요령이 없게 느껴지고 또는 손해보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어느 순간 내 스스로 나은 수준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스스로 또는 다수와 정한 약속 안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은 장점이라는 것을 느낀다.
*취미
활자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게 꼭 책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더라도 다양한 컨텐츠를 접하고 읽는 행위 자체를 취미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꼭 읽는 것. 그게 나름의 취미였다. 때론 책, 웹툰, 자막, 심지어는 가정통신문도 그랬다. 어느 하나 놓치면 다시 그 문장으로 되돌아가 끝까지 꼭 읽어야만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그런 습관은 대화 중에서도 나온다. 이야기를 되도록 마무리까지 들으려고 한다. 피드백도 그렇다. 이야기를 깊게 듣다보면 수용하게 되는 지점이 등장한다. 그래서 나에게 반영할 수 있다. 그게 조금이라도, 미약하게라도 더 나은 나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장점. 거창하고 그럴듯한 느낌을 팍팍 풍기는 단어다. 자소서 한 편에 나를 어필하기 위해 사용되는, 딱딱하지만 소설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장점은 사실 나 그 자체다. 내 정체성이 곧 나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정체성을 파악하면 내 장점은 쉽게 드러난다. 특히나 요즘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나. 내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 속에서 보물같이 숨겨졌던 내 장점이 반드시 드러날 것이다.
[2021-07-22 목요일의 글쓰기]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