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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음 Nov 21. 2020

약속

꽃밭에서 무언가를 찾는 여자

누군가 멀리서 다가온다

기척을 느끼는지 느끼지 못하는지, 계속해서 땅만 바라보는 여자   

무엇을 잃어버리셨나요?


약속이요.


무슨 말인지도 모른 채 함께 땅을 바라보는 그

한참을 찾아보아도 약속은 보이지 않는다

허리를 세워 기지개를 켜며 여자를 힐끔 보는 남자

그녀는 여전히 약속을 찾고 있다

남자가 입을 연다   

예전에는요, 여기가 바다였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돌담을 쌓아서 바람을 막고 물을 퍼다 날랐어요.


돌담으로 바다를 막을 순 없어요. 돌 사이사이로 물이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돌담으로 파도를 막았어요. 그리곤 그 위에 꽃밭을 만들었어요.


바다가 있던 자리에는 꽃이 자랄 수 없어요. 땅이 너무 짜거든요.


그런데 씨앗들은 결국 꽃을 피웠어요. 그 위에 지금 우리가 서 있잖아요.


약속은 터무니없어요. 듣기 좋은 말들을 두드리고 구부려 손가락 위에 두른다 한들 그것은 힘없이 미끄러져요. 물이 새는 돌담처럼, 소금 위의 꽃밭처럼 터무니없고 무모해요.


그렇지만 그 위에 피운 꽃이 아름다워요. 그 너머의 너울이 부드러워요.


중요한 건 형태인가요 의미인가요?


중요한 건 마음이에요. 파도를 이겨내고 싹을 틔울 마음이 중요해요.


여자는 마침내 약속을 찾았다

그것은 하얀 장미 줄기 가운데에 끼워져 있었다

그것은 그 위로도, 아래로도 꺼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여자는 과거에 바다 위로 반지를 던졌던 것을 떠올렸다

약속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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