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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문하는 임정아 Oct 25. 2023

뇌하수체 선종과의 동행2

수술하는 병이 아닙니다

갑자기 병원예약이 취소되었다. 진료 하루 전 확인전화를 했더니 이런 일이!!!

의사 선생님이 퇴직하셨다는 이유다.

미리 문자를 받지 못했다. 왜 문자 안내를 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전산상 문자발송했다고 나옵니다. 고객님"

는 답변만 돌아왔다.

일주일에 두 번 복용하는 약은 오늘이 끝인데

큰일 났다.

"가장 빠른 예약이 11월 중순 이후입니다."

내분비내과 과장님이 한 분뿐이어서 당일 진료는 대기 시간이 기본 2시간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월요일 8시 전화로 접수하고  8시 40분까지 가서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9시 40분 다행히 이름을 불러주더라.

의사 선생님 성함이 낯익어서 안심이 되었다. 칼럼을 쓰신 분이구나!

"이 병은 수술하는 병이 아닙니다. 서울 가서는  내분비내과 협진을 안 했나 봅니다?"


(서울 ♡♡병원 신경외과는 무조건 수술일정부터 잡자고 서둘렀다. 아이가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고 보호자인 남편과 나도 수술이 답은 아니다는 생각에 지난 8월 수술하자는 일정을 잠정중단했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뭉클했다. 지난 3월 이후 하루도 마음 졸이지 않은 날이 없었다. 자다가 몇 번씩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수술후유증을 검색해 보고는 매일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부모님께는 말도 못 꺼내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한 달에 한 번은 찾아뵙다가 왜 분기에 한번 갈 수밖에 없는지 이것저것 핑계만 대는 불효녀가 되었다.



병원 로비 그림 속에 핀 해바라기가 나를 향해 찬사를 보내는 듯 미소지었다. 수납창구, 채혈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방긋방긋 웃는다. "감사합니다"하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병원밖 약국으로 가는 길 하늘이 예뻐서 눈물이 났다.


이제 살겠다. 이제야 살겠다.


적어도 수술은 안 해도 된대! 남편에게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놓고 다시 눈가가 젖어왔다.

"정말 다행이야. 그동안 맘고생 많았지?"

한 마디가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그래, 이제 웃으며 하루하루 살자!


마주 보는 딸과 나. 손을 꼭 잡고 코스모스 핀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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