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던 이름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를 읽고
※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저자 오건영 을 읽고
별 다섯 개 강추(★★★★★) 하는 책이다!
MZ세대들은 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살아왔을 거다. 그런데 난데없이 인플레이션이라니. 이 정도로 길고 센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처음. 이 자식이 정말 올 줄 몰랐던 거다. 코로나 때 돈을 너무 과하게 풀었고 미 연준도 몇십 년간 겪은 적 없는데 설마 오겠냐며 이상 신호를 "일시적"이라고 치부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과 2011년의 학습효과가 컸다. 당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자 중앙은행들은 긴축의 칼날을 빼들었는데, 인플레는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 나타나버렸다. 이후 아무리 돈을 풀어도 디플레이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연준은 아마도 이와 같은 상황을 예견했을 것이다. 7,8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이 올 거라곤 차마 상상도 못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와 물가 관리를 못한 중앙은행 탓도 있겠지만 이번 인플레이션이 더 강력한 이유는 공급 측면의 요인 탓이 크다. 코로나 때문에 멈췄던 공장, 끊어졌던 인력이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복구될리 만무하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이후로 급격한 경기침체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쉽게 투자에 뛰어들겠는가. 사람을 다시 고용하려니, 유통망을 다시 돌리려니, 모든 게 비용이 돼 버렸다. 게다가 코로나가 종식될 줄 알았더니만 백신 보급이 더딘 신흥국에서 여전히 코로나가 판을 치고 그게 또 각국으로 번지고, 변이 바이러스는 멈출 줄 모른다.
어찌 됐든 연준은 이제서라도 물가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쟁을 선포했다. 물가, 어찌 됐든 잡을 거다. 잡지 않으면 더 위험해지기 때문에. 물론 잡는 과정이, 그리고 잡고 난 후에도, 만만찮은 고행이 수반될 수 있다. 1980년대 폴 볼커 연준 의장이 20% 넘게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이션을 잡았지만 실업 등 긴 경기침체를 감내해야 했던 것처럼.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주식, 가상화폐…그동안의 투자처들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이어질 거란 전망을 안고, 동시에 인플레이션 국면이 끝난 다음엔 어떤 경제 상황이 펼쳐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도덕적인 얘기처럼 들리지만 분산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 분산투자, 저물가 시대보다 훨씬 더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단 뜻이다.
현 인플레가 향후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저자의 생각과는 별개로 내가 전문가들을 취재한 바로는 이렇다.
단기적 전망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했다.
"인플레이션은 올여름 내지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을 거다. 하지만 이미 높아진 물가 수준으로 한동안 고물가 시기는 이어질 거다"
하지만 고물가 시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기적 전망에 대해선 전망이 나뉘었다.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더라도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수준까지 빨리 낮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 A 애널리스트
"물가를 정점을 뚫은 뒤엔 오히려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한다. 고물가와 병행된 스태그플레이션일 수도 있고, 디플레이션일 수도 있다" - B 경제연구원 위원
저자의 의견대로 국제 공조를 통해 공급망 이슈를 조속히 해결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해서 긴축의 속도를 늦추고 성장을 위한 시간을 번다면 고성장·저물가 국면으로 가는 이상적인 스토리도 기대해볼 수 있을 거다. 물론 나도 저자처럼 지금의 인플레가 70년대처럼 10년 이상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의 반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인만큼 고물가 환경에 대해서 제대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 이게 아주 길진 않더라도 적어도 제법 우리 경제를 괴롭힐 거라는 점, 그리고 또 지금의 환경이 언젠간 바뀔 거라는 점까지. 다각도의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