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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Aug 24. 2024

우리는 왜 음악을 들어야 할까?

음악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음악을 듣습니다.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음악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듣는 장르도 다양해야 할 것 같고요. 저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두루 듣지만 그 장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모릅니다. 오다가다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재생 목록에 저장해 놓고 그 재생 리스트를 몇 날 며칠 듣는 정도입니다. 이 글을 적다 보니 나는 음악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 초에는 비싼 헤드셋을 하나 샀습니다. 막연히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제대로 사려면 청음을 해보아야 한다길래 청음샵을 가게 되었습니다. 청음샵에 가서 이런저런 헤드셋을 듣다 보니 이건 안 살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가성비 헤드셋을 검색하여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을 골랐다면 많이 후회할 뻔했습니다. 가서 들어보니 저마다의 헤드셋이 전하는 음악의 느낌이 다 다르더군요. 그 정도로 제 귀가 예민한 것은 물론 아니고요. 말씀드린 대로 어떤 전문적인 지식에 기반한 세밀한 차이라기 보단 그냥 '느낌'의 차이였어요. 느낌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아마 느낌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듯하네요. 그렇게 저는 난생처음 헤드셋을 샀어요. 그리고 지금도 그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좋은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으니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음악이 조금은 달리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처음엔 '이게 왜 이리 비싸지? 도대체 뭐가 그리 좋은 거야? 돈 값 해야 될 텐데...'라는 마음으로 자세히 듣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듣다 보니 음악 자체도 달리 들리는 것 같더군요. 예전엔 그냥 막 들었던 음악이 이 헤드셋을 끼고 들으니 느껴지는 감정이 달라졌어요. 헤드셋 덕분인지 아니면 저의 달라진 음악에 대한 태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음악을 통해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확실히 넓어진 것 같습니다. 가끔 울컥하기도 하고, 리듬에 발맞춰 걷기 시작할 땐 정말 신이 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고 할까요?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아지니 삶도 덩달아 풍미가 더 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음 달에 제가 이사를 가는데요. 꼭 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거실에 놓을 스피커인데요. 이걸 하이파이 hi-fi라고 부르더군요. 음악을 받아들여서 재생하는 소스, 소리를 증폭하거나 조정하는 엠프, 소리를 출력하는 스피커. 이렇게 세 개로 이뤄진 하이파이라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은 너무나 넓고 너무나 깊습니다. 초보인 저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말이죠. 세상엔 너무나 많은 스피커와 엠프 등이 있기에 어떤 것이 나한테 맞는 엠프 그리고 스피커인지를 찾아내는 것은 지금 시점에선 불가능이죠. 유튜브를 통해 그 세상의 원리를 어느 정도 알아갈 수 있지만 이 또한 내가 직접 듣고 체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청음샵을 찾았습니다. 


소리샵 청담점


일단 비주얼부터 압도적입니다. 그리고 가격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차 한 대 심지어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을 호가하는 스피커도 엠프도 있습니다. 청음을 도와주는 직원 한 분이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여 주십니다. 아내가 싫어하는 남자의 취미 생활 3개(자동차, 낚시, 오디오) 중 하나라고 말입니다. 순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지?라는 작은 빛이 보이는 듯했지만 압도적인 비주얼과 실제 들어 본 음악이 얼른 불씨를 꺼버렸습니다.

소리샵 청담점


청음을 해보니 내가 들을 수 있는 음역폭만큼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 풍부해졌습니다. 저음대가 선명하다는 스피커는 그 소리가 너무나 오밀조밀하고 부드럽다고 해야 할까요?(이 워딩은 청음을 도와준 직원분 덕택에 알게 되었네요) 오밀조밀하고 세밀하고 부드러운 만큼 느껴지는 감정 또한 그 깊이와 풍미가 더 진해졌습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내 고막을 사정없이 때리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평소 자주 듣던 음악들이 완전히 새롭게 들렸고, 평소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 해일처럼 밀려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그 감동이 느껴져 소름이 돋을 정도이니 정말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음악에 대한 지식도 부족합니다. 그런데 좋은 음악을 만나면 즐겁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 무언가를 할 때 더욱 즐겁고 행복합니다. 이 정도면 음악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음악을 꼭 사랑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싱글벙글하는 내가 좋으면 된 거지요. 이것으로 이사 갈 집 거실에 스피커와 엠프를 놓아야 할 이유는 충분해졌습니다... 


나는 음악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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