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호두나무. 광덕사.
천안 광덕사
천안으로의 즉흥여행길. 처음으로 찾은 곳은 광덕사입니다. 광덕사 자체보다 광덕사는 나무가 유명합니다. 천안역에서 버스를 타고 광덕사로 향합니다. 천안역 동부광장으로 나와 600번 버스를 탑니다. 천안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한적한 시골 동네를 달립니다. 40여 분 달린 버스는 광덕사 앞에다 저를 내려놓습니다. 광덕사가 종점입니다.
광덕사 앞에 왔습니다. 커다란 V자 모양의 나무가 보이시는지요? 저 나무가 호두나무입니다. 저는 이 호두나무를 보기 위해서 산 넘고 물 건너 광덕사까지 온 것입니다. 광덕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호두나무를 심은 곳입니다.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제가 호두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호두나무를 처음 심었다는 곳이 있다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천안 광덕사 호두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높이 20m, 근원 둘레 4.38m, 나무 둘레 3.7m
1290년(고려 충렬왕 16) 유청신이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올 때 호두나무 열매와 묘목을 갖고 왔답니다. 묘목은 광덕사에 심고, 열매는 자기 집에 심었다고 전해옵니다. 이때의 호두나무라면 700년이 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 심은 그 호두나무는 아닙니다. 지금 광덕사에 있는 호두나무는 수령이 400년 정도 된 것이라 합니다.
광덕사 호두나무에 관해서 검색해보니 재밌는 내용이 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 철기시대 유적에서 호두가 나왔다고 합니다. 고려 고종(충렬왕 이전) 때 지은 경기체가인 한림별곡에도 호두가 나온답니다. 그러면 광덕사 호두나무가 최초는 아니라는 것인데. 오늘은 광덕산 호두가 최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호두나무 옆에 유청신 선생 호두 시배지라고 적고 있습니다. 유청신은 천민계층이었습니다. 천민계층이 몽골어를 배우고 외교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외교적 수완이 좋아서 충렬왕의 총애를 받았다고 전해옵니다. 반역을 꾀하다 실패하고, 원나라에 머물다가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덕사 경내로 들어왔습니다. 절의 역사가 오래되었다지만, 고찰의 느낌은 없습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637년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습니다. 832년 흥덕왕 때 진산화상이 중건했습니다. 조선 초기 세조가 지병을 치유하기 위해 다녀갔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전까지는 충청도 일대에서 큰 절로 손꼽혔다는군요. 임진왜란 때 소실되면서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근래에 전각을 다시 지었습니다.
대웅전은 1872년 중건한 것을 1983년에 재현한 것입니다. 재현하기 위해 해체할 때 나온 주춧돌을 통해 광덕사의 창건시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대웅전 앞에 3층 석탑은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 앞에 돌사자가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만든것이라는데, 풍화가 심해서 사자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광덕사에는 보물급 문화재가 많이 있습니다. 면역사패교지는 조선 세조가 광덕사에 내린 교지입니다. 세조 때의 불교 정책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사경과 노사나불괘불탱도 있습니다. 사경은 불경을 정성스럽게 적고, 화려하게 꾸민 것입니다. 괘불은 절에서 법회를 할 때 법당 앞에 걸어놓는 큰 불화입니다.
과거 화려했던 광덕사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호두나무를 심었고, 가장 오래된 호두나무를 만나는 역사성도 기억에 남는 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