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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랜들리 May 12. 2024

안녕, 나의 X

프롤로그

안녕? 오랜만.

이건 순진하고 찌질했던 그때 우리 이야기야.


누가 물어보면 나는 그냥 우리가 평범하게 만나다 헤어졌다고 말해. 그리곤 내 대답에 새삼 놀라. 우리 사이를 이렇게 한 문장으로 달랑 얘기해 버리는 게 신기해서. 그리고 그게 꽤 과격하게 느껴져서. 평생을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하던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인데. 


혹시 그때 기억나? 나는 그 순간들이 생생할 때가 있어. 어느 화창한 날, 모자를 눌러쓰고 집 밖을 나와 밥을 먹다가 문득. 새로 사귄 친구랑 한바탕 웃고 난 뒤, 잠깐의 정적이 있을 때 문득. 그럴 때면 그 자리에서 뛰쳐나오고 싶은 충동이 들어.


예전에 우리가 막 술에 취해서 걷던 그 밤길 생각나? 서로 웃겨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었는데. 오늘 밤공기가 딱 그때 같아. 시원하고 달큼해서 산책하기 좋은 날씨야. 더 오래 있으면 추워질 것 같은데 카디건을 걸치고 나오길 잘했어.


그치, 처음에는 그냥 이런 밤 산책 같은 거였어. 가볍게 기분이 좋은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하고 있더라. 나중에는 그만큼 너도 나를 생각해 주길 바라고 있었어. 네가 보던 작은 핸드폰에도 질투를 하고 있었다면 믿어줄래?


욕심이 튀어 오르면 나는 너무 비참해져서 이미 충분히 바닥인데도, 더 지하로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어. 결국 우리가 지나간 자리는 폐허가 되어 버린 거야. 근데, 그거 굉장히 묘하더라. 시간이 지나니깐, 그 속에서 역사를 배우고 아름다웠던 것을 추억하기도 해.


정말 아이러니하지. 세상에 우리 둘만 남겨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리 둘만 사라졌으면 좋겠어. 우리의 추억이 남김없이 사라졌으면 해. 별 생각을 다 하지? 알아. 그래도 나는 우리가 평범하게 만났다 헤어졌다고 말해. 얼마나 특별했든 간에 지금은 평범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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