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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Mar 31. 2019

오늘도 너와

인생의 절반을 같이 살아준 너

아침일찍 나와 공원에서 책을 읽고있었다. 비록 그 시간이 약속시간에 나오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이였지만, 덕분에 하루를 센치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아주 작게 음량을 설정했다.  책을 읽던지 뭐를 할 때 노래를 듣는 것은 좋았지만 크게 듣는 것은 몰입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며 살기에.

그렇게 책을 읽고 있는데 뒷편에서 탁탁탁탁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지만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공원 뒷길에서 한 남성분이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러 공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읽던 페이지를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책을 가방에 다시 넣은 다음에, 둘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둘의 산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예전의 나를 들여다봤다.
어쩜 들어온 강아지도 나와 함께 살아왔던 친구처럼 진돗개였다.
그 친구가 떠난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함께 걸어온 시간에 비하면 잊기에는 턱이 없게 부족한 시간 이였다. 너무나도 부족해서 아직도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갈 때마다 생각이 난다. 문 소리만 나도 고개를 쳐들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지만 이제는 모두 환상이고 거짓임을 알다. 그저 이렇게 생각하고 한숨이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내가 친구를 더 빨리 잊을까봐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친구를 잃을때 다른 이에게 슬픔을 토해내며 울었다. 아직도 같이 울어준 그 친구에게 감사한다. 어떻게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한다. 술을 마시다가도 가끔 잃어버린 내 친구가 떠오르는 얘기가 나오면 울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술자리에서 어울리지 않게 민폐를 끼친 것 같으나 어쩔 수 없었다. 술이라는 것이 내 울음 브레이크를 부숴먹었는지 통제가 안됐으니까.

그렇게 두달이 조금 넘게 살아왔다. 분명 친구를 화장하고 돌아온 날. 너를 생각하며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친구의 유골을 들고 말했는데 너무나도 가볍게 깨버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산책중인 저 둘을 보니 더욱더.

내 친구도 저 진돗개처럼 땅에 코를 박아댔고 내 말을 알아 듣듯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줬는데. 분명 저 둘은 꽤나 오래된 한쌍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와 곂쳐 보기에는 충분 할 정도로말이다.
그렇게 그 둘이 공원을 나갈때까지 바라봤다. 미련이 남지 않게 조용하게 바라봤다.
타닥거리는 소리가 보이지 않게 되고 바로 책을 다시 들지 못했다. 그냥 조금더 생각을 이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마음이 말했다.

그때, 친구가 곧 나온다고 카카오톡을 보내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오늘의 마음은 여기서 앉아있겠지만 나는 움직인다.

친구가 걱정하지 않는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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