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리뷰]-다크나이트
하비 덴트는 고담시의 희망이었다.
누구보다 정의를 추구했고
고담시를 오염시키는 마피아들을 소탕해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의욕이 있었다.
배트맨이 법의 굴레 밖에서 정의를 관철하는 자경단이었다면
하비 덴트는 법 속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원칙을 가진 영웅이다.
하비 덴트는 정의의 이상향이자
배트맨의 강경한 대응이 더는 필요없는
깨끗한 고담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런 하비 덴트는 특별한 버릇을 갖고 있다.
동전 던지기로 선택지를 고르는 버릇.
이는 범죄자를 압박하거나 결단을 내릴 때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동전은 양면이 같았다.
맞다. 선택지의 결정권자는 하비, 자신이었다.
이는 배신이 넘치는 고담시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아군 또한
자신 뿐임을 반증한다.
고담에 만연하는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제임스 고든, 배트맨과 협력하는 하비 덴트.
하지만 이때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개입하였으니
바로 조커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법을 농락하고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리는
조커를 잡기 위해 고든과 하비 덴트는 스스로 미끼를 자처했고
마침내 고담을 광기로 몰고 가던 조커를 생포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히어로 영화 사상 가장 어두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비 덴트는 고든의 부하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평생의 반쪽으로 생각한 레이첼과 함께.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레이첼의 목숨이었다.
수많은 범죄의 위협 속에서 살아온 인생에서
믿고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고든의 부하에게 납치당한 레이첼은 결국 죽게되고
뜨거운 불길 속에서 하비덴트의 몸은 반이나 타버린다.
배신에 의한 뜨거운 증오와
사랑하는 '반쪽'을 잃은 처절한 고통에 휩싸여 있는 덴트에게 조커가 찾아온다.
그리고 하비 덴트를 현혹하기 시작한다.
통제와 계획만을 중시하는 책략가의 세상은 믿을 수 없지.
이제 네가 믿어야할 건 그동안 네가 가장 잘해왔던 거야.
바로 '운' 이지
아무것도 믿을 수 없기에
아무것도 지킬 수 없는 세상임을 깨닫고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반쪽만 새까맣게 탄 동전 같은, 투페이스로 말이다.
법을 지켰던 하비에게 법은 이제 무의미했다.
그리고 투페이스는
편견과 치우침이 없이 세상 가장 공평한,
운을 방아쇠 삼아 레이첼을 앗아간 모든 이들을 단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깨끗한 고담을 만들기 위해 함께 뭉쳤던
배트맨, 고든, 하비 덴트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맞이한다.
하비 덴트가 이겨내자고 말했던 새벽,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그 새벽은 지옥이 됐고
고담을 수호하는 백색 기사 (White knight)는 타락하고 추락한다.
여기서 배트맨은 고담의 백색 기사를 지켜야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조커가 선사한 절망적인 어둠을 헤쳐나갈
희망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됐기에
하비 덴트가 저지른 죄를 모조리 뒤집어쓴다.
"영웅으로 죽거나, 오래 살아서 악당이 된 자신을 보거나"
라는 하비 덴트의 신념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비 덴트는 그렇게 영웅의 모습으로 죽고
배트맨은 어둠의 기사(Dark Kight)가 되어
고독하고 외로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