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리뷰] - 샤잠!
여러 신들의 권능을 담은 주문을 외쳐 그 힘을 얻는 샤잠.
6가지 능력에 대해 하나씩 설명을 드리죠.
솔로몬의 지혜는 비상한 두뇌를 상징합니다.
다만 아직 아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잔꾀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요?
이 능려은 후반부에 이르러 빛을 발합니다.
순수한 완력으로 벌이는 결투가 아닌 재치로 닥터 서바나를 제압하니 말이죠.
헤라클레스의 힘과 아틀라스의 체력, 머큐리의 스피드는 영화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능력입니다.
가벼운 펀치 한 방으로 벽을 깨부수는 초인적인 힘,
너무 빨라 섬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뛰어난 속도와 반사신경,
오랜 싸움에도 지친 기색이 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겠죠.
제우스의 권위는 번개를 다루는 힘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슈퍼맨의 히트 비전처럼 샤잠을 대표하는 고유한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내에선 폰 충전이나 푼돈 벌이용으로 소비될 뿐이었지만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 궁금한 능력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아킬레스의 용기는 빌리 스스로 각성하게되는 능력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용기가 있었다면 빌런과의 첫 대결에서 도망칠 일도 없었겠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빌리는 두려움을 이겨냅니다.
6가지 권능 중 가장 의아한 능력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화의 주제의식과 맞물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빌리는 비로소 히어로로 거듭나게 되니까요.
'저스티스 리그',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DC 히어로물들의 잇따른 부진 탓일까요?
DC는 '아쿠아맨'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고수하고 있던 놀란식 철학을 내려놓은 듯 합니다.
탄탄한 서사구조와 캐릭터 간 대립을 통해 관객들에게 철학적 사유를 선사한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는 분명 놀라운 성취였지만 헤어 나오기 힘든 구속복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 개봉한 모든 DC 히어로물이 넘어야 할 산이 됐으니까요.
때문에 '샤잠!'은 어설프게 철학적 화두를 던질 바에야
유치할지언정, 단순한 서사구조와 유머로 캐릭터 매력을 치켜 세우는 전략을 취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지닌 히어로'라는 특색을 살린 유머 코드가
영화 전반적으로 포진해 있음을 보면 알 수 있죠.
다시 말하지만 DC 히어물이 늘상 다뤘던 영웅의 고뇌와 비극은 최소화됐습니다.
가족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훈훈하지만 웃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죠.
때문에 유치함을 싫어하는 분들에겐 불호에 가까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샤잠!'은 아이들과 볼 때 전혀 부담없는 최초의 DC 히어로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본 어른과 슈퍼히어로는 동일선상에 위치합니다.
작고 여린 아이의 몸과 달리, 훌쩍 자라난 육체는 동경의 대상이자
모든 일이든 해낼 수 있는 해결사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 내면이 철 없는 아이라면 어떨까요?
빌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뽐내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스스로 우월한 존재라 생각하며 철없는 짓들을 반복하죠.
때문에 친구와 가족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줍니다.
이 지점에서 '샤잠!'은 어른이자, 슈퍼히어로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합니다.
아이의 눈에, 이 두 존재는 떡 벌어진 어깨와 훌쩍 자란 키로 상징됩니다.
하지만 '몸의 성숙'만 바라볼 뿐, 같이 수반되어야 할 '마음의 성숙'은
결핍된 채로 바라 보게 됩니다.
그들의 강한 힘과 능력에만 매료될 뿐인거죠.
빌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자신을 돌봐주는 위탁 부모의 사랑과
같은 집에서 함께 밥 먹고, 등교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각성하는 순간, 빌리는 진정한 영웅심을 깨닫고
비로소 샤잠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
그럴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어른이자,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음을
'샤잠!'은 단순명료하게 보여줍니다.
DC 히어로물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배트맨을 제외하면 모두 신급에 가까운 존재들이죠.
산이 무너지고 건물이 붕괴되고 아스팔트가 움푹 패이는 강렬한 싸움은
마이클 베이 영화의 폭파씬처럼 DC만의 특색 있는 전투씬이었죠.
하지만 '갑자기 어른이 됐다'는 설정 탓인지
DC영화가 여태 보여줬던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증발해버렸습니다.
무력으로 빌런을 제압하기보다 잔꾀로 승부를 봅니다.
슈퍼맨과 엇비슷한 스피드와 괴력은 자신의 능력을 뽐내거나 사람을 구하기 위해 활용될 뿐,
닥터 서바나와의 전투에서 크게 부각되지는 않죠.
이 목마름이 부디 후속작을 통해 해소됐으면 합니다.
닥터 서바나와 샤잠의 캐릭터는 동일선상에서 구축됩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 밖으로 내던져진 두 인물들이
영웅으로 각성하고, 악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죠.
영화 시작부는 빌런의 탄생에 할애됩니다.
혈육에게 무시당하는 소년을 보여줍니다.
형에게 장난감을 뺏겨 투정 부리는 소년에게 아버지는 '자기 힘으로 빼앗아보라'며 윽박지르고
형 또한 '과연 네가 할 수 있을까?'라며 조롱합니다.
누구도 이 소년을 편들지 않죠.
그렇게 '유대'라는 제 기능을 잃어버린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소년이 어떻게 될지는 자명하죠.
마법사에게도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소년은 상당히 삐뚤어집니다.
믿을 건 자신뿐이라는 위험한 사상을 갖게 되고,
누구도 무시 못할 강한 힘을 갖기 위해 일생을 바칩니다.
빌리 또한 서바나처럼 '가족 따윈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가진 소년이죠.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어릴 적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빌리가 마주치게 된 진실은 사뭇 참혹합니다.
혈육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배제당했다는 점에서
닥터 서바나의 탄생기와 매우 비슷하죠.
다만 빌리에게 혈연으로 엮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다른 의미의 가족이 생깁니다.
'가족'이라는 유대에 심드렁했던 빌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 소중함을 깨닫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오직 자신을 위해 힘을 가지느냐,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힘을 사용하느냐.
그렇게 둘은 사상적으로 대립각을 형성합니다.
영화 쿠키로 등장하는 애벌레의 정체입니다.
향후 행방은 후속작이 개봉해야 알 수 있겠지만 원작 코믹스에서는
배후에서 활약하는 흑막으로 종종 등장합니다.
샤잠의 숙적인 '블랙아담'과 힘을 합치기도 하며 다양한 계략으로 샤잠을 위기로 몰아넣는 존재죠.
이 캐릭터 또한 후속작에서 어떻게 나올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닥터 서바나를 조종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