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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테씨 Dec 19. 2022

"뭐 없잖아요"라는 말에 대해 아무말도 못 했지만

뭐 있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식, 블로그, 페이스북, 유투브 등등 다양한 방향으로 돈을 버는 지인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핫한 N잡러까지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여러 시도를 했었던 분이기에 신기했고 최근에 유투브로 첫 수익을 얻었다기에 축하인사도 할 겸 만난 자리였다.


축하의 말을 전하고, 노하우를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N잡이 가능하면 좋고 수입은 많을 수록 좋으니까. 지금 나의 직장을 사랑하지만 평생 다닐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초기세팅부터 한 단계씩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듣는 단계 중 '컨텐츠'의 단계에 도달했다.


"뭐 없잖아요. 사실 그러면 힘들어요. XX님처럼 사진을 잘 찍는다거나 영상을 잘 만든다거나 그러면 좋지만~"


나에 대해 '뭐 없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 앞에서 그저 '그렇죠...'라고 대답하며 바보같이 웃었다. 자존심도 없이 평소 할 말 하는 성격으로 가끔은 건방질만큼 당당함이 매력이라 불리던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잠깐 뭐에 홀린 듯 너무 초라한 내가 대답을 했다.


 나 이래봬도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도 할 수 있고, 스페인어로 기본회화는 할 수 있다. 사진 찍는 감각 있다는 말도 들었고 영상도 프로만큼은 아니지만 개인유투브 운영할만큼은 만들 수 있다. 글도 못 쓰지 않고 그림도 완전 못 그리진 않고 나름 카메라 앞에 서는 피사체아르바이트도 했고 커피숍 바리스타 아르바이트도 할 만큼 커피도 만들 수 있다. 뜨개질 해서 인형도 팔아봤고 주름종이 공예로 카네이션도 팔아봤고 내가 만든 캐릭터 굿즈도 팔아봤다. 왜 나를 좋아해주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협찬이나 공구제안도 가끔 받는다. 나에게 없는 건 시간일 뿐.시간이 없는 건 소중한 가정과 함께하고픈 내 선택이고 나는 그 선택이 좋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아니다.(맞겠지 ...?)


내가 이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 사람이 자랑하고 다녔던 유투브 수익이 4000원이랜다. 유투브로 수익창출을 시작하기 위해서 기본 구독자 1000명과 시청시간 4000시간이 조건이랜다. 같은 방법을 통해 그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서 통쾌함을 느낄까 생각도 했지만 그런 시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나에겐 최대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 겨우 31개월인 아이가 나보다 친구를 더 찾는 날이 오기 전까진 할 수 있는 한 아이와 함께있고 싶다.


그 사람이 나를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인 것은 아니다.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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