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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테씨 Jan 15. 2024

헛구역질과 눈꺼풀 떨림의 콤보

첫 인터벌 도전 

2021.7.12 월요일

상쾌함과 속상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 운동 6일 차. 


주말 동안은 운동을 쉬었다. 육아와 운동을 병행한다는 것은 아직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된 월요일! 아침 기상이 익숙해져서인지 눈이 알람보다 먼저 떠졌다. 잠이 그렇게 많던 나인데, 사람의의 적응력이란 참 신기하다. 빠르게 씻고 혼자 파이팅을 외치며 문을 나섰다. 

 

 운동 6일 차를 함께 한 가이드는 First Speed Run이라는 27분짜리 가이드이다. 처음에 5분 웜업 달리기 후 1분 달리고 1분 쉬고를 8번 반복하는 인터벌 달리기 가이드였다. 바람이 솔솔 부는 날씨 때문인지 운동에 조금은 익숙해져서인지 운동하면서 처음으로 '상쾌하다'라는 기분을 느꼈다. 사실 지난 5일간은 억지로 몸을 움직인 감이 있었는데... 인터벌 7번째 세트를 뛰는데, 정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나를 지켜보는 듯한 나이키 런 가이드에서는 타이밍 좋게 I know that's hard.(지금 힘든 거 알아요.)라는 멘트가 나왔다. 이만큼 뛰었을 때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라는 위로를 받으며 조금 더 힘낼 수 있었다. 힘든 것 알아주는 사람 있는 것 같아서 혼자 위로받고 응원받았다. 역시 공감의 힘이란...


 8번째 마지막 인터벌 다 하고 쉬려는데, 진짜 정말 마지막 30초 한 번 더 뛰어보자는 가이드 속 코치의 소리가 들린다. 후우... 마지막 하나 더, 진짜 하나만 더 하면서 조금씩 더 시키는 건 전 세계 운동 코치님들 공통점인가 싶었다. 이 악물고 마지막까지 완주 성공! That was awesome!(진짜 멋져요!)이라고 칭찬해 주는데 내 상태는 이미 너무나 너덜너덜한 상태. 코치가 진짜 옆에 있었으면 "진짜 멋진 것 맞아요? 더 칭찬해 줘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문제는! 27분 가이드 다 끝났으니 이제 집에 가야지! 하고 어플을 보는데 달리기 한 시간이 14분으로 찍혀있었다. 중간에 뭔가 내가 잘 못 눌렀나 보다. 누군가한테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갑자기 뿌듯함이 속상함으로 바뀌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어쨌듯 어플에 찍힌 시간 상 30분을 채우는 것을 운동 목표로 잡았기 때문에 계속 움직이기를 선택했다. 도저히 뛸 힘은 없고 걸었다. 그것도 터벅터벅... 인터벌 운동이 다이어트에도 체력을 기르는 데에도 효과가 제일 좋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확실히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침 운동하면서 처음으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헛구역질 3번 하고는 눈꺼풀 떨려서 주저앉아버렸다. 5분 쉬고 나니까 정신 좀 차려져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분명 27분 가이드 다 완주했는데! 억울하고 속상하지만 누굴 탓하랴... 기어가다시피 한 걷기로 악착같이 30분 채웠다. 


이 First Speed Run은 내일 다시 해 볼 예정! 이대로는 찝찝하게 지나치고 싶지 않다. 상쾌했던 기분이 속상함과 억울함으로 바뀌었지만 코치가 예전 가이드에서 했던 말을 기억한다. Measure success in as many ways as you can. 성공의 기준을 하나에만 두지 말라고. 속도가 될 수도 있고 거리가 될 수도 있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뛰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better version(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되고 있는 거라고! 오늘은 주말 쉬고도 월요일운동을 무사히 해냈다는 데에 성공의 의미를 두기로 했다.


침대에 엎드려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오빠가 내 다리를 보더니 예뻐졌다고 쓰윽 만진다. 오늘 하루의 속상함을 다 날려버리는 순간! 조금만 기다려. 더 예뻐질 예정이니까~!


운동 한 보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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