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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백의 숲 Jan 20. 2022

숲에서 보내는 편지 부록

공백의 숲 Letter

photo by 이윤지

1월의 안부


안녕하세요. 공백의 숲입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린 지 한 달 만에 새로운 해의 시작에서 인사드립니다. 얼굴에 닿은 찬 공기마저 시원하게 느껴지고, 의욕이 넘치는 1월입니다.


작년에는 그런 마음으로 숲에서 보내는 편지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설레고, 떨리고, 열정적인 그런 마음으로요.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부를 쓰는 시간은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발행을 하게 되어요. 여전히 편지를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여전히 그런 마음이 드나 봅니다.


이번 2022년 1월 호는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새해여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번 편지가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1월 호는 저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희의 독자이자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11월 호를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발행한 후 그 편지에 대한 답장도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분명 우리가 들려줄 수 없는 멋진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거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1월 호는 온전히 그들의 답장만 담겨있습니다. 각자 그림, 사진, 글로 보내준 멋진 답장들을 이곳에 엮어 보냅니다.


1월 호를 마지막으로 숲에서 보내는 편지는 완전히 끝나게 되지만 공백의 숲의 이야기는 계속될 겁니다. 언젠가 그 이야기들이 한가득 모이게 된다면 또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연결해 주는지 미처 다 알 순 없지만 어렴풋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봅니다. 각자의 시간에,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흘러가다 보면 우연히 만나게 되는 날이 또 오겠죠. 


다시 만날 그때를 기약하며 어쩌면 나일 수도, 혹은 너일 수도, 또는 우리일 수도 있는 1월 호를 보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hoto by 이윤지

오늘은 구름이 없네.


 어리둥절한 새해를 응시하며 나는 추운 연기를 피우고 있어. 입김이 퍼지는 길 따라 구름도 있었음 했는데. 오늘은 유달리 푸르기만 하네. 요즘엔 옛날 일들이 많이 떠올라.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이른 시간에 일어나 등교를 하고. 한 학기에 한 번은 운동장을 다섯바퀴, 여섯바퀴 돌았던 그 시절을. 자유라며 던져진 나의 이 시간들이 숨이 막혀서 지독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는게 참 구차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그맣게 움튼 꿈들을 글을 쓰던 시간들을 떠들었던 공상들을 져버릴 순 없어. 그 무해한 것들이 아직도 내 몸 속에 흐르길 바랄 뿐이야.

 

고민이 있냐고 물었지? 내 고민은 말이야. 어떻게 쉬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르겠다는 것이야. 너는 어때? 어떻게 쉬냐는 말이 무겁게 들리거나 너의 마음에 짐이 되진 않아? 나는 딱 그렇거든. 잘 쉬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런 질문들 앞에서 괜히 발끈 했었어. 내가 나를 돌보는 일에 너무 안일하고 있어. 평생을. 그럼에도 이기적인 내 삶을 어쩌면 좋지?


 사랑하는 존재야. 나는 그래도 새해라서 실실 웃음이 나와. 어떠한 기적같은 것을 믿거든. 새로운 날들이 가져다줄 희망, 소망 그리고 절망까지도 말이야. 


 올해는 더 자주 볼 수 있길 바라. 내가 선택하지 못한 만남이 더 많은 작년이었어. 아마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날 순 없겠지만. 더 애써서 ‘우리’를 만나려고. 이 생이 왜 중요한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결국에 변명할 수 없는 나의 선택들로 이루어지니까. 소중한 것들과 좋은 시간들 따뜻한 마음들로 채우고 싶어. 잔인한 자유와 고단한 나의 어쨌든 경이로운 합작을 만들어볼거야. 그리고 주인공은 ‘우리’인 걸 잊지마. 나도 잊지 않을게.

 그리고 우리 행복하기로.


평온과 함께 너의 친구가


written by 단


drawn by 유정하

연락할 방법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처럼 나는 편지를 쓰곤 합니다. 꾹꾹 눌러쓴 글자들이 당신에게 닿아야만 진심이 전해지는 것처럼. 편지를 쓸 때에는 걸어두었던 마음의 문이 허술하게 풀리고는 합니다. 하긴 평소에도 나는 그리 치밀한 사람은 못 되지만. 글을 전할 이를 생각하면 마음의 경계는 더욱 흐트러지고 평소에는 말 하지도, 의식하지도 않는 것들을 이 때다 싶어 쏟아내고 맙니다. 서투르고 또 서투른 내가 급하게 쓸어넣은 어수선한 마음이 편지에 가득 담깁니다. 부푼 마음을 채 매듭짓지 못하고 편지를 맺고는 아쉬운 마음으로 봉합니다.


편지를 쓰는 일은 편지지를 고르고, 편지에 쓸 책의 구절을 생각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요즘 읽었던 책들 중에 좋았던 문장을 고르고 또 골라서 편지지에 반듯하게 씁니다. 노트에 날림으로 쓰는 글자들에만 익숙한 나는 편지를 쓸 때마다 조심스러워집니다. 당신만큼이나 섬세하고 단단한 당신의 글씨에 비해, 내 글씨는 투박하게 동글거려서 괜히 부끄러워집니다. 당신의 주소를 또박또박 쓰고, 행여나 떨어질까 풀칠을 하고 테이프를 붙여내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 편지를 조심조심 우체국에 맡기고 나서야 참은 숨을 급하게 몰아쉽니다.


편지를 쓰는 시간은 오롯이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오롯이 당신을 생각하는 것이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라면 나는 항상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고 받는 한 자 한 자가 시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아낌없이 당신에게 시간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가장 값진 것을 당신에게 줄 수 있어 나는 얼마간 들뜨고, 또 얼마간 행복해집니다. 꼭 손에 쥔 편지에게 부쩍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성격이 급한 나는 편지를 쓰는 것만큼이나, 편지를 기다리는 데에도 서툽니다. 급한 내 마음에 비해 편지는 너무 느려서, 나는 우편함을 기웃거리고, 지루한 강의를 세 개쯤 듣고, 다시 한참 운동을 하다가 또 우편함을 기웃거립니다. 조급한 마음이 몇 번의 기다림과 허무함을 반복하다 지쳐버릴 때 쯤, 우편함에 편지가 꽂혀있습니다. 구겨진 서류봉투를 조심스럽게 펴서 뜯으며 나는 나에게 도착한 당신의 시간을 펼쳐봅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궤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한 지점에서 만나고 얽히고 느슨하게 풀어지는. 내가 전하는 몇 줄의 글과 진심이 당신을 그 때의 그 곳으로 불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간의 선연한 빛은 바래더라도, 잔잔한 일렁임으로 당신의 기억 속에 남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나와 당신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함께 그 순간들을 뒤적여볼 수 있을까요?

답장과 답장 사이에 크고 긴 뜸을 들이더라도 끊임없이 편지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written by 신지윤

drawn by 유정하

P.S.

추신에는 저희가 매달 좋아하던 노래나 영화, 드라마, 책 등을 소개합니다. 마지막 추신은 노래입니다.


툭툭 살다보면은 또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리라고 믿어요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날 오겠지요

들어줄 거지요.


에필로그 - 아이유


2022년 1월 20일 공백의 숲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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