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글을 쓰는 매 순간 지금을 상상했다. 전하고 싶었던 글을 마치고 서문으로 돌아와 다시금 회고하는 것. 기억은 얄궃게도 물결이 사라지 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진다. 때문에 에세이를 쓰기 위해 그때의 냄새, 풍경, 바람, 온도, 소리, 감정을 살살 달래며 오랜만에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기억은 소소한 문장으로 기록되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싶다.
“Paddy(패디, 패트릭)가 어울려” _ 영국
“Миша(미샤, 미하일)가 어울려” _ 러시아
“長川(하세가와)가 어울리는 것같아” _ 일본
“Viajero de agua(비아제로 데 아구아, 물의 여행자)라고 부를래” _ 멕시코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현지인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이들은 만남의 선물로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된 이름을 지어주었다. 다만, 우리나라 이름처럼 뜻풀이가 중요한 것이 아닌 외적인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는 데, 재밌는건 하나 같이 나를 푸근한 이미지의 이름으로 지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양한 이름이 생겼다. 여정을 할수록, 황유택은 패디로, 미샤로, 하세가와로, 아구아로 불리며 서있는 곳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이 친구들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단순한 놀이이자 사소한 교환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름을 갖게된 나는 원래의 나와 새로운 내가 새롭게 정의되며 중첩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생각한다.
이 책에는 오랜 길을 떠난 예술가가 자기 자신과 함께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예술과 여행, 그리고 존재함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경험들을 나누고자 한다.
끝으로 삶의 여정에서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과 조우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분 좋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 나의 32년이여!
2023.12.
황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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