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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디 PADDY Jan 26. 2024

당신, 꿈이 뭐예요? 과정인가요?

우리의 삶

우리 모두 가끔 자신을 잃고 헤매는 그 순간들이 있다. 나 또한 한때 우울한 기분이 나를 휩쓸며 방황하던 그 순간, 나는 심리상담사를 찾았다. 상담사가 운영하는 상담실은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었고, 창문 너머로 펼쳐진 서울의 풍경이 마치 미니어처 도시처럼 내 발아래 펼쳐져 있었다. 창문을 지나 종아리에 햇살이 묻어 따스함이 느껴질즈음 최대한 온화한 표정으로 들어온 상담사와 상담을 시작했다. 

마치 내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오래된 책들을 한 권씩 꺼내어 먼지를 털어내듯, 나는 그 복잡하고 막연한 감정들과 깊게 새겨진 기억들을 하나씩 들추어내며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듣던 상담사가 갑자기 물어왔다. 


“선생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때가 왔구나. 

언젠간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전에 혼자 곰곰이 꿈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말마따나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라는 말처럼 당장 힘듦에서 도망쳐 유유자적 사는 것일 꿈일까? 글쎄 나는 그냥 놀고싶진 않다. 


항상 누군가의 보조역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이는 마치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남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마치 내 삶을 뒷전에 두고 누군가의 그림자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안에 갇힌 나만의 목소리가 절규하는 것을 느꼈다. 조연출로 일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이것을 확실히 인지하게 되면서 생겨났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나에게 큰 압박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가 가진 장면 아이디어와 담당 연출가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연출이기에 묵묵히 따라가야 했지만,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해당 장면을 볼때면 손이 묶인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공연이 막을 내리는 순간, 마치 오랫동안 숨을 참고 있던 사람이 드디어 숨을 깊게 들이켜는 것처럼, 그 압박감의 무게가 어깨에서 사라졌다. 대학생 시절에도 교수님의 지시에 따르라는 것에 교수님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나만의 창의적인 시각을 세상에 펼치고, 변화를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중재하며 이끌어 가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상황을 스스로 변화시키고,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하였고 이것이 나의 꿈이라 확신하였다. 그 때문에 상담사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자신있게 답했다. 


"제 꿈은 권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상담사는 고요한 미소로 대답했다.


“권력자가 되는 것은 꿈이 아니에요. 그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에요. 선생님의 꿈은 권력을 얻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그의 말은 마치 오래된 지혜의 책에서 나온 듯, 시간이 멈춘 것처럼 내 생각을 정지시켰다. 생각해 보지 못했다. 마치 앞의 과정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이는 목표와 비전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다가왔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기반하고 있었다. 


“음...제가 겪었던 지금보다 더 나은 삶과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제가 당했건 일들을 되갚아 주고 싶기도 해요. 아, 이건 꿈이 아니려나요”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렇군요. 그게 꿈일 수도 있죠. 이미 충분히 꿈처럼 거대하고 이상적인 목표일 수도 있어요." 


긴 상담을 하는 동안 나의 이야기들을 바쁘게 받아적는 볼펜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낀 고민과 생각들, 그린 궤적들이 기록될 만큼의 가치가 있나 보네. 때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타가 밀려오거나 실증에 도망쳐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주문을 되뇐다. 


‘잘 되어가니까 평행우주의 내가 질투하는 거야. 짧은 여행 후 돌아오면 괜찮아져’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이 말대로면 나는 수많은 일들을 해내었다. 다양한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나를 찾는 과정과도 같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나는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언제 성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나는 왜 이것을 하는 것일까? 상담의 과정이 나를 깊은 사색에 잠기게 했다. 


상담이 끝나고 나는 서울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각각의 빌딩, 차량,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중 하나였다. 나는 그 안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1층으로 내려와 카페의 따뜻한 조명 아래에 서니, 마치 무거운 겨울옷을 벗어 던진 듯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카페의 구석 자리에 앉아, 창밖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천천히 홀짝였다. 커피의 차가운 쓴맛이 입안을 감돌며, 그 쓴맛 속에서 오히려 삶의 달콤함을 찾는 듯하다. 결국 우리가 겪는 모든 순간들이 어떻게든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제 나의 일상은 끝없는 바다 위의 배처럼, 새로운 모험으로 가득 찬 시작이다.

(이 이미지는 글을 바탕으로 AI가 그린 그림입니다. 이미지 생성: OpenAI의 DA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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