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나는 매일, 허리를 펴고 밤 10시에 자고 일기를 읽습니다.
친구와 서로 일기를 바꿔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마다 일기를 쓰는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일기는 하루의 일상이 담담하게 나열되었습니다. 반면 나의 일기는 기록보다는 반성문에 가깝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계획표 같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게으름을 적으로 간주하고 자신을 고취하려고 일기를 썼습니다. 글로써 성찰하지 못한 날은 실패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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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진 일기장은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날짜들이 어째서 비워졌는지를 돌아봅니다. 급히 마감해야 할 업무로 겨를이 없었습니다. 어떤 날은 친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하루가 지났습니다. 한 번은 좋아하는 축구를 실컷 하다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미뤄진 노트는 단순히 게으름만 의미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채운 삶의 성장일지 모릅니다. 일기만으로 그날의 성패를 결정했던 판단이 잘못입니다. 빈칸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만 달리했더라도 지금보다는 자신을 더 신뢰했을 것입니다. 오랜 기간 그릇된 사고로 스스로 상처를 입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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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을 다시 훑어 봅니다. 지속히 원했지만, 여전히 바꾸지 못한 행동들이 눈에 띕니다. ‘글을 적는 나’와 ‘행동하는 나’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빠짐없이 공백을 메운들 무슨 소용일까요? 갖춰야 할 것은 완벽히 채워진 일기장이 아닙니다. 쓰인 다짐과 오늘의 행동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쓰기 위함이 아니라 나아지기 위해 쓰는 것임을 ‘읽음’으로 굳히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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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읽기 위해 다이어리를 펼칩니다. 읽기만 해도 된다면 부담 없이 일기를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과거의 나를 대면합니다. 다시 돌아보는 만큼은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질 것만 같습니다. 하루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주어 지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더하지 않으려 합니다. 글과 같은 사람으로 거듭난다면 이후에 다가오는 삶의 빈칸들은 충분히 채우리라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