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May 24. 2020

10. 발송된 선물

사진 속 모습들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10. 발송된 선물




일 년 전 사진을 보니 꽤나 젊다. '불과 얼마 전일 텐데.'하고 입맛을 다시다가 별수 없어 오늘이라도 천천히 곱씹는다. 일기장을 뒤적이다 그쯤 썼던 글을 펼쳤다. 유지되었으면 하고 기록했던 생각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오래되지 않은 행적을 읽으며 놀란 까닭은 나보다 어린 주제에 퍽이나 지금을 위로하기 때문이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은 멀어지는 와중에도 나를 보듬었다.


프레젠트(Present). 단어를 똑같이 사용할 만큼 현재는 선물이라 했다. 그러나 요즘,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에 더 정감을 느낀다. 떠오른 장면에 금세 미소가 지어지듯 기억은 일상 속에서 자주 기쁨이 된다. 오늘은 하루만 지나도 다시 뜯어볼 수 있는 선물이다. 이것을 알아채는데 오랜 세월을 소모했다. 어딘가 새로운 선물이 있을 거란 기대에 이리저리 쏘다녔다. 영수증을 구겨 넣듯 기억을 아무렇게나 쑤셨고 잃어버린 것은 찾지 않았다. 돌보지 못한 어제가 형체도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야 추억의 용량을 살폈다.


오늘이야말로 곧 내일을 위한 선물이다. 그 진실에 기대어 살기 위해선 내 속의 나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꺼내 볼 모습이 염세주의에 빠진 입꼬리가 내려간 아저씨일 순 없으니 말이다. '어른'이란 이름의 단조로움이 찾아오고부터 메마름과 대치 중이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여전한 모습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남기고 싶다. 농담으로 자아낸 웃음이나 선의의 배려로 기억을 꼼꼼히 채우고 싶다. 그렇게 지난날의 나와 함께 더불어 나아간다면 사진 속 모습들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9. 삶의 터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