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돈을 벌기 위해 배우고 말합니다. 행동하기 위해 먹고 배설합니다. 병들지 않기 위해 입고 씻습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 대화하고 공감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잠에 들기까지 쉼 없이 움직입니다. 손에 익은 반복은 속도가 붙습니다. 하지만 종종 실수가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목을 잡습니다. 일과를 완벽히 처리하더라도 해낸 일은 곧 다시 해야 할 일이 됩니다. 줄어들지 않는 지난한 일상은 밑이 빠지 독처럼 느껴집니다. 늦은 밤 어떻게 끝낼지 모를 크고 작은 일들로 몸을 뒤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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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된 지 7년 차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더 높은 사업목표가 생기고 그에 맞춘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연봉이 오를수록 점점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성과로 말하는 회사에서 멈추는 것은 곧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회사와의 경쟁은 물론 팀원과의 경쟁, 자신과의 경쟁을 이어갑니다. 비교가 불가피한 환경은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잠깐의 공백에도 목표를 향해 앞서가길 재촉합니다. 떠오르는 누군가를 보며 가라앉지 않으려는 발버둥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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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루를 할 일로 가득 채울수록 마음은 '돌보지 못한 방'과 같습니다. 무차별하게 쌓아두고 조급하게 흐트러뜨린 방 말입니다. 뒤죽박죽 습득한 생각들은 삶의 질서를 어지럽힙니다. 예를 들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이 좋아하는 취미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손해를 입은 경험이 지켜야 할 양심의 눈을 가립니다. 업무 스트레스는 애꿎은 가족에게 전가되고 귀찮음은 자신의 건강을 등한시합니다. 쌓여가는 일과 그에 대한 집착은 시야를 좁히고 중요한 가치를 흐리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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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섞여버린 마음의 순서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눈 앞의 일에 이리저리 끌려다닌다면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매일 저녁 하루의 수를 복기합니다. 꼬리를 물며 한 수 한 수 따라가다 보면 삶의 기로의 선택들을 되짚을 수 있습니다. 어떤 마음이 우선된 행동인지 당시의 스스로와 대화합니다. 일상에서 실수는 잠깐의 충동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야근으로 인한 폭식이나 내일로 떠넘긴 집안일 또는 엄마에게 쏘아붙인 짜증 등 한 발만 물러났더라도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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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시간을 주면 금방 깨닫는 실수들이 모여 나의 하루를 더디게 하고 멈춰 세웠습니다. 돌아보면 일상 속 자잘한 실책들은 뻔하고도 단순합니다. 당연히 해선 안될 일들만 바로 잡아도 삶을 살아가는 속도가 다를 것입니다. 물론 복기가 변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만큼 복기를 반복한다면 나쁜 버릇은 서서히 좋은 습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복기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용기는 비틀어진 마음을 정돈하고 기대하는 하루로 나를 이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