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중학교 친구들과의 모임 후 집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친구가 낮에 갔던 카페에서 몰래 찍어둔 내 사진을 보냈습니다. 자기 딴에는 신경 써서 찍은 걸 텐데 전송된 모습은 꼭 화가 난 독불장군 같습니다. 어느 연예인의 파파라치샷처럼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기를 의식하지 않은 표정이 그때의 기분만큼은 자연스럽기를 바랍니다. 사진을 보내온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 표정이 항상 이렇게 어둡냐?"라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그나마 이게 나아. 웃는 건 더 이상해."라며 활짝 웃은 사진을 보내줍니다. 받아 든 사진을 보며 '이건 또 왜 이렇게 구겨졌냐' 하며 인정하기 힘든 주름이 가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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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표정에 대해 크게 고민한 적은 없습니다. 그 말은 누군가에게 비칠 평소 얼굴을 간과하며 살았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나 거울을 볼 때는 그나마 미소를 지었으니 그게 내 모습이라 판단했고 남들도 그렇게 볼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찍힌 사진 속 내 표정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습니다. 물론 남들 눈치를 보며 살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보일 표정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진심을 전달하고 오해를 쌓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빈번하게 일어났던 다툼의 촉매제가 얼굴이었다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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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씹어 보니 내 모습은 배려하지 않았으면서 상대방의 표정에는 아주 민감했습니다. 작은 변화에 상처 받았고 기분이 안 좋을 거라고 넘겨짚거나 괜한 화풀이라며 깎아내렸습니다. 반사된 것임은 눈치채지 못한 채 상대의 잘못을 추궁하기 급급했습니다. 이제와 고백하건대 남기지 못한 인연들은 나에 대한 방관으로 자초한 그르침입니다. 시간을 두고 찬찬히 살폈다면 좋은 기억으로 머무른 사람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의식하지 못한 무표정으로 인지하지 못할 만큼 많은 감정을 소모했습니다. 내 쪽에서 먼저 웃는 법을 익히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고독사를 치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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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주민센터 평생학습관에서 개최하는 페이스 요가 강좌를 등록했습니다. 수강생들은 모두 할머니, 아주머니들이었는데 수업을 듣지 않으셔도 될 만큼 얼굴에 이미 미소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분기별로 계속 열리는 수업이었고 그만큼이나 밝은 웃음은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얼굴 푸는 법부터 시작해 박장대소와 율동을 배웠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소홀했던 얼굴 근육과 굳은 마음을 보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의 결과를 직접 얼굴로 보여주신 아주머니들처럼 내 얼굴도 언젠간 내 삶의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서라도 애써 미소 지어봅니다. 거울 앞에 비친 모습이 지금까지의 성적입니다. 당장 바뀌진 않겠지만 몇 해 뒤에는 좀 더 나은 점수로 보이리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