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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Dec 24. 2020

나는 매일, 얻은 것을 생각합니다.

Day7

나는 매일, 허리를 펴고 밤 10시에 자고 일기를 읽고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자주 사진을 찍고 얻은 것을 생각합니다.


하루를 둘로 나눠 봅니다. 얻은 것과 잃은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운동을 통해 활력을 얻습니다. 반대로 시간과 젊음을 잃습니다. 매 순간 얻음과 잃음이 공존합니다. 둘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느끼며 나는 그 위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월급과 지출 간의 차액을 계산하거나 경험으로 쓴 시간이 그만큼 가치가 있었는지 따져봅니다. 잠들기 전 그날의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합을 구합니다. 마음의 숫자가 양수가 되었을 땐 편히 잠들지만 음수가 되는 순간에는 우울감으로 뒤척입니다. 주체로서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계산은 불가피합니다. 다만 도사리고 있는 변수를 모두 포용하긴 역부족입니다. 늘 부족하다면 헤아림의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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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저녁을 먹고 술도 한잔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일기장에는 운동을 빼먹었고 모아야 할 돈을 썼다며 반성의 글을 적었습니다. 지키지 못한 다짐을 내일의 나에게 넘겨씌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온통 잃은 것에만 혈안이 됩니다. 삶이 줄어드는 만큼 아까움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뭉뚱그리는 계산법은 하루를 거스름돈으로 치부하는 일입니다. 비교하여 제하는 만큼 기쁨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됩니다. 일기장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즐거운 대화가 기록되어야 했습니다. 하루 동안 얻은 것들에 집중한다면 조바심보다 느긋함으로 행동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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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건 하나만 잃어버려도 깊은 자책에 빠집니다. 순간의 실수는 하루 종일 머리를 맴돕니다. 당장 씻은 듯이 기분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하루가 짜증에 잠식되어선 안됩니다.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다간 인생 대부분을 잘못된 계산법으로 허비할 것입니다. 가만히 두고 보면 자잘한 얻음이나 잃음은 금방 모호해집니다. 성공이라 자부하던 성과는 과정에 불과했습니다. 지우고 싶었던 실패도 어떤 순간에는 단단한 교훈이 되었습니다. 파도가 치듯 매일 반복된 등락을 경험합니다. 오랜 시간 파도의 높낮이에 마음을 졸였습니다. 이제는 내려치는 파도 앞에서도 의연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잃은 것과 별개로 지금까지 얻은 것에 기뻐하는 삶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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