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아래로 난 긴 터널을 지나 파리 북역에 도착했습니다.
런던에서 출발한 유로스타는 파리 북역에 도착합니다.
파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파리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티켓 ‘까르네’(Carnet) 구입부터입니다. 런던에서는 오이스터 카드를 사용했지만 파리는 종이로 만든 일회용 티켓을 이용합니다.
(파리는 런던과 달리 4살~10살의 어린이도 티켓이 필요합니다.)
파리에서 숙소는 리옹역(Paris Gare de Lyon)인근에 잡았습니다. 스위스로 연결된 유레일 기차가 출발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북역에서 RER을 이용해 리옹역으로 이동합니다.
재밌는 사실 하나, 파리에서 리옹역 검색을 위해 리옹(Lyon)을 검색하면 파리 동남쪽 스위스와의 국경 쪽에 위치한 리옹 광역시가 검색됩니다. 파리 리옹역을 검색하실 때 참고하세요.
리옹역 인근 지역은 구시가라 도로 옆으로 창문이 오밀조밀한 격자모양의 오래된 건물이 즐비합니다.
파리 여행을 할 때마다 오래되어 낡았지만 고풍스러움을 잃지 않은 건물 안이 궁금했는데 리옹 구시가에 위치한 호텔에 지내면서 충분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있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물랑루즈가 떠오르는 오래된 호텔의 5층 객실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는 두 사람 이상 탈 수 없고 손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좁은 수동 엘리베이터로 4층까지 올라가 앞꿈치만 사용할 수 있는 좁은 계단으로 다시 한 층 올라간 후, 양쪽 어깨가 닿을 것 같은 좁은 복도를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객실 창문을 열면 구시가 건물들의 지붕이 눈높이로 내다 보이고 길 건너로 크레미외 거리의 알록달록한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은 잠을 자는 곳에 불과했으니 이 정도의 불편함은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숙소에서 짐 정리를 마치고 나니 이미 늦은 오후가 되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어 하늘만 보아서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날씨였습니다. 저녁식사를 위해 가까이 위치한 생 미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생미셸 광장은 대학가가 있어 서점과 음식점이 많은 곳입니다. 루브르 박물관과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과 인접해 있어서 관광객도 많습니다.
오래전 소르본 대학에 가기 위해 이곳을 찾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이곳을 찾은 이유는 저녁식사를 위해서였습니다.
아들, ‘프랑스에 처음 왔으니 달팽이 요리는 먹어봐야지’ 하며 우리 나라에도 꽤 알려진 프랑스 가정식 집 식당을 찾아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전체요리와 에스까르고를 주문했습니다. 디저트도 맛있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모양을 하나씩 골라 먹었습니다. 서비스도 친절하고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프랑스의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함께 비 오는 저녁거리를 산책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야경을 감상하고 메트로를 이용해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시티 매퍼 : 해외, 유럽에서 구글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 시티 매퍼를 추천합니다. 구글 맵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문밖을 나섰습니다.
파리일정 중 가장 많은 곳을 여행한 날입니다.
우선 메트로를 타고 에펠탑으로 향했습니다. 첫 목적지는 에펠탑.
champ de metro - tour Eiffel 역에서 내려 아침 세느강변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건물 뒤로 에펠탑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도상으로 보면 앞의 건물 뒤로 에펠탑이 보여야 하는데 하얀 하늘만 보이니 신기함을 넘어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길을 잘못 찾은 걸까…'
가까이 가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습니다.
안개 덕분에 에펠탑이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안개는 금방 걷힐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오픈 시간을 기다려 에펠탑에 오른다 해도 날씨가 맑아지려면 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서 빠른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루이뷔통으로 가자!
루이뷔통 파운데이션에 가자고 한 건 아내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독특한 건축물에 이끌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고 그 내부를 걸어 보고 싶었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겉으로 봐도 복잡한 형태인데 내부로 들어가도 역시 독특합니다.
루이뷔통 파운데이션은 역에서 내려 블로뉴 숲을 지나가야 합니다. 초행이라 gps로 지도를 살피며 숲을 통과했습니다. 미술관 뒤로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서울공원을 만났습니다. 서울공원은 블로뉴 숲 안에 위치한 아클리마타시옹 공원 한편에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나라 전통적인 흔적을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파리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랜드마크는 에펠탑과 개선문입니다.그런데 에펠탑보다 개선문에 올라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에펠탑에서는 에펠탑이 있는 파리의 풍경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물론 에펠탑에서 보는 파리시내 풍경도 아름답습니다만 - 두번째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360도 방사형으로 뻗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파리 시내의 풍경을 볼 수 있어서입니다. 하늘이 흐려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시계를 보니 곧 어두워 질 시간입니다. 우리는 에펠탑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사이요궁으로 향했습니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반드시 소매치기가 있죠. 파리는 이탈리아 스페인 못지않게 관광객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동양인 여행자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내는 가방에 옷핀을 달고 다녔는데 아이가 배가 고플까 봐 크레페 가게 앞에서 가방을 열어 지갑을 꺼내고 잠시 아이에게 정신이 팔린 짧은 시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 가방을 다시 확인하니 돈과 신분증이 든 지갑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갑과 함께 도둑맞은 웃음을 되찾는 일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산책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오늘은 조용히 주변을 산책하자!’
라데팡스니... 이런저런 계획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 파리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단 하나 ‘자연사 박물관’으로 정하고 왔으니 나머지는 마음을 비우고 적당히 채우면 되는 일정들이었습니다.
바스티유 광장 - 보쥬광장 - 마레 베아수베 백화점 - 파리시청사 …
천천히 걷고 쉬며 반나절을 보내고 오후에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심해지면 건물이나 백화점 으로 피하고 비가 잦아들어 다시 걸었습니다.
얼마 전 화재로 떠들썩했던 노트르담 성당을 지나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46억 년 자연의 역사 표본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곳이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사 박물관이 많지만 파리의 자연사 박물관은 특별함이 있어 딱히 자연사 박물관 같은 곳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이곳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노아의 방주를 재현한 듯한 박물관 1층 동물의 대규모 행렬 때문입니다. 공간 자체를 예술품처럼 돋보이게 만든 전시장의 공간 디자인은 이곳을 추천하는 두 번째 이유라 할 수 있겠네요.
1층에서는 동물의 실제 크기를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높은 층으로 오를수록 줄지어 이동하는 거대한 동물들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날 좋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파리 자연사박물관을 찾은 것 만으로 파리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 기차라 일찍 일어나 호텔을 나섭니다. 조금 불편한 호텔, 아이와 함께 하기에는 조금 불편한 거리. 하지만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다음 목적지가 스위스라는 것 만으로 우리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파리와의 작별인사는 매일 창 밖으로만 바라보던 길 건너편 크레미외 거리에서의 기념사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리옹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크레미외 거리는 색감이 알록달록한 집들이 피아노 건반처럼 나란히 선 알록달록한 골목입니다. 몇몇 집 앞에 사진 촬영 금지 경고가 적혀 있는 걸 보니 이방인의 발길이 반갑지만은 않은 주민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유레일 여행이 시작됩니다. 런던에서 파리로 올 때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를 넘는 나름의 절차가 있었지만 유럽 내의 나라 간 이동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유레일 티켓만 있으면 정해진 시간에 내가 탈 기차의 플랫폼만 찾으면 되었으니까요. 우리는 바젤로 향하는 테제베 기차에 올
랐습니다. 여행 내내 비가 내리더니 인심 쓰듯 떠나는 아침에 파란 하늘을 보여줍니다.
어제까지의 비구름이 먼저 스위스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땐 모르고 있었죠. 하지만 즐거운 여행은 날씨와 상관없다는 사실을 다음날 스위스 여행에서 배우게 됩니다.
자 그럼 어서 스위스로 떠나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