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와 사뭇 다르게 아이가 원하는 스팟이 많았다.
무엇보다 영화 패딩턴의 영향으로 패딩턴역에 가고 싶어 했고, 대관람차(런던아이)도 타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가 가고 싶은 곳도 슬쩍슬쩍 끼워 넣다 보니 일정이 금세 가득 찼다. 결국 15박 16일의 여행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런던에서 보내게 되었다.
런던 일정을 길게 잡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지구 반대쪽까지의 긴 비행, 아이가 시차 적응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남은 여행에 잘 적응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두꺼운 구름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런던의 회색빛 풍경.
패딩턴역 인근에 예약한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쉬면서 우리가 함께 만든 리스트를 하나하나 연결해 보았다.
Day 1 : 패딩턴역 - 자연사 박물관
Day 2 : 런던탑 - 타워브리지 - 런던시청사 - 버로우 마켓 - 테이트 모던 갤러리 - 생포 - 런던아이
Day 3 : 자연사박물관 - 코번트가든 - 피카딜리서커스 - 햄리스 - 뮤지컬
Day 4 : 세인트 판크라스 역
아이와 함께한 3박 4일 런던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Day 1 런던 도착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면 오이스터 카드를 먼저 구입해야 한다. 런던 시내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오이스터 카드는 현금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어 런던 시내 여행에는 필수적이다. 아이가 가장 먼저 가고 싶어 한 패딩턴역은 공항에서 히드로 익스프레스로 15분이 소요된다. 교통도 좋은 곳이라 패딩턴 역 근처 호텔로 숙소를 잡았다.
패딩턴 역 옆에는 작은 수로가 있고 수로를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 영화 패딩턴의 주연인 곰인형이 위치해 있었다. 실물 크기로 제작한 패딩턴 동상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직고 있었다.
호텔에서 충분히 쉬었는데 아직 날이 밝았다. '무리하지 않고 한 곳만 다녀오자!' 우리는 가볍게 산책하듯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에 다녀오기로 했다.
The British Museum을 비롯해 이곳 자연사 박물관도 입장이 무료다. 무료라 좋지만 단점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방문객들은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기다리는 풍경을 약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미국 스미소니언, 파리 국립 자연사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하지만 파리와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파리 자연사 박물관을 택할 것 같다.
Day 2 템즈강 반나절 산책 그리고 런던아이
첫째 날 충분히 쉬었으니 둘째 날은 템즈강을 따라 런던탑부터 생폴 성당까지 천천히 반나절 산책을 즐기기로 했다. 먼저 런던탑에서 출발해 유명한 타워브리지를 거넌 런던시청까지 걷는다.
런던탑은 타워 힐(Tower Hill)역에 위치해 있다. 11세기 후반 런던시를 군사적으로 방어하고 통제하기 위한 상징 런던탑, 시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런던탑을 왼쪽으로 크게 돌면 타워브리지를 지나 템즈강을 건널 수 있다.
건너편 시청사 앞에 타워브리지의 포토스팟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템즈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간다. 아이들과 유럽여행을 할 때 중간중간 체크해야 하는 것은 화장실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흔치 않고 급하다고 해도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런던 시청 건물 뒤편에 화장실이 있으니 참고하자
강 건너 지금까지 런던의 랜드마크를 담당해 온 오래된 건축물의 배경으로, 새롭게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현대 건축물이 중첩된 풍경이 이색적이다. 살펴보면 빌딩 수만큼 많은 타워크레인이 눈에 띈다. 런던의 스카이라인은 현재 진행형이다.
런던의 지붕이라 할 수 있는 샤드 빌딩과 런던 브릿지역을 지나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버로우 마켓도 구경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테이트 모던 갤러리로 향한다.
공장부지의 건물을 재생한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입장료가 무료인 탓에 역시나 관람객이 많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 뒤로 템즈강 건너 생폴 대성당으로 이어주는 보행자 전용 다리, 밀레니엄 브리지가 있다. 하루에 템즈강을 아이와 함께 두 번이나 건너는 게 힘들지 않을가 생각하기 쉽지만 템즈강은 한강처럼 폭이 넓지 않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생폴 성당을 찾은 이유는 성당을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당 앞에 위치한 영국의 수제버거 고멧 버거에서 늦은 점심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마지막 목적지인 런던아이까지는 버스를 이용한다. 시티 맵퍼를 이용하면 시간과 코스를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런던아이는 높이 135미터, 32개의 캡슐이 한 바퀴를 도는데 약 30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지루할 것 같지만 막상 탑승하면 금세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런던아이는 해 질 녘에 타는 것을 추천한다. 붉게 물들어가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Day 3 시내 구경과 뮤지컬
전날 충분히 걸었으니 셋째 날은 런던의 명물(?) 빨간 이층 버스를 타고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느린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 항공사에서 모바일 앱으로 제작한 보물찾기 게임을 놀이 삼아 박물관 이곳저곳을 아이와 함께 샅샅이 살폈다. 아침이라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몇몇 유명한 전시실은 출퇴근길 지하철이 생각날 만큼 북적였다.
코번트 가든에는 애플스토어, 애플 마켓도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거리공연이 있어 가족 여행자라면 꼭 한 번 찾아볼만하다.
*유료화장실도 있다.
천천히 걸어 피카딜리 서커스로 향했다. 런던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인 만큼 레고 매장, 엠엔엠즈 초콜릿 매장도 드렁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사람이 많다.
아이와 런던에 갔다면 리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장난감 백화점 햄리스에는 가봐야 한다. 1760년 문을 연 세게에서 가장 오래된 장난감 가게 햄리스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장난감이 가득한 곳이다.
마지막 밤, 런던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프린스 에드워드 시어터에서 뮤지컬 알라딘을 관람했다. 아이와 함께 볼만한 뮤지컬은 라이언킹, 알라딘 그리고 해리포터가 있었다. 극장에서 나오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우버X를 이용해 숙소로 돌아왔다. 런던 여행에서도 우버 사용이 편리해서 늦은 밤 아이와 함께라면 추천할만하다. 우버의 이용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우버 앱을 다운로드하고 간단한 가입절차를 진행한 후 자신의 카드를 입력한다. 이동 경로가 모바일에 표시되고 도착하면 자동결제되므로 별도 지불 없이 차에서 내리면 된다.
Day 4 안녕 런던
파리로 떠나는 마지막 날 유로스타가 있는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향했다. 떠나기 전 오이스터 카드를 환불받고 나니 런던에서의 유일한 재산이 없어졌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섬나라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어찌 보면 진정한 유럽 대륙의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