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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Nov 19. 2019

취향따라 떠나는 대만여행 #1 뜨끈한 온천 휴양!

대만 베이터우 여행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옷장에서 긴 옷을 꺼내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잠을 잘 때도 이불을 걷어 차기는 커녕 오히려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어지는 요즘 

절로 따뜻한 게 생각나는 걸 보니 나도 어느새 나이가 들었나 보다 싶다. 

예전에는 한 겨울 온 종일 눈 밭을 뛰어 다녀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뜻한 것부터 찾는 걸 보면 말이다.


이맘 때가 되면 생각나는 여행이 있다. 

그건 바로 온천 여행! 

물론 우리나라에도 좋은 온천은 있지만 해외로 여행을 나간 김에

그곳에서 온천까지 즐길 수 있다면 일석이조!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즐기는 온천은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 만나게 될 여행지는 대만이다. 

‘온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는 일본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최근 일본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일본을 대체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 2시간으로 비행시간도 길지 않고, 

맛있는 음식들과 밤늦도록 펼쳐지는 화려한 야시장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인 곳, 

대만을 찾는 여행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는 101 타워, 중정기념당, 융캉제, 스린 야시장 등 다양한 즐길거리들이 있지만 

도심에서 벗어나 근교로 눈을 돌리면 스펀, 지우펀, 예류 지질 해상공원 등 

가까운 곳에 유명한 관광지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을 느낄 수 없는 여행지라 할 수 있다.

여러 타이베이 근교여행지들 중에서 지하철을 타고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베이터우 지역으로 떠나보려 한다. 

베이터우란 이곳 원주민들의 말로는 ‘무녀가 사는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왜 이런 이름이 지어졌을까 의아했지만 

땅 속에서 피어오르는 온천 연기를 보면서

오래 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충분히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 거라 이해가 간다.



온천이 발달한 지역인 만큼 베이터우에는 온천 호텔들이 즐비하다. 

이 호텔들의 특징은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건데 

내가 머무른 수미 온천호텔의 경우에는 별도의 온천탕이 아니라

각자 룸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체크인을 마치고 들어간 방은 마치 일본의 료칸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이곳 대만도 예전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은 적이 있었기에

당시 문화가 아직까지도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만으로 여행을 왔지만 문득 문득 일본이 떠오르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서 소개했듯이 이곳에서는 굳이 온천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룸에서 편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가 있다. 

욕조에는 온수와 냉수 꼭지 외에 또 하나의 꼭지가 있는데 이게 바로 온천수를 조절해준다. 

온천 그림이 있는 수도꼭지를 돌리면 온천수가 콸콸 쏟아져 나와서 금세 욕조를 가득 온천수가 채워진다. 

온천수에는 유황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유황 특유의 향이 욕실 가득 퍼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대만으로 여행을 오면서 이곳에서 온천을 즐기게 될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는데 

대만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새삼 놀랍기도 하면서 

다음에 온천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한 번 더 오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그렇게 효자는 아니지만 좋은 곳, 맛있는 음식이 있는 여행지에 오면 

다음에는 꼭 부모님과 함께 와야겠다는 마음이 드는데 이곳 대만 베이터우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다면 베이터우 지역에서 하루나 이틀 동안 머물면서 온천욕을 즐기면 좋겠지만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들은 타이베이에서 당일 여행으로도 다녀올 수 있다. 

이런 여행자들을 위해 숙박 없이 프라이빗한 룸에서 온천만 즐길 수 있도록 

약 20개의 온천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비용은 2인 기준으로 

1,050~1,250 대만달러를 지불하고 90분동안 이용할 수 있으니 

잠깐 쉬어가면서 온천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룸에는 헤어드라이기를 비롯한 어매니티와 온천욕을 하고나서 

수분을 보충해줄 물과 음료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어 

더욱 편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부리면서 호사를 누린다는 기분이 들어

 더욱 행복했던 여행으로 기억된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여행을 왔다가 온천에 발도 담그고 잠시 쉬어가면서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모두 풀 수 있으니 이런 힐링 여행도 없을 것 같다. 

베이터우에서 온천을 즐기기 전까지 대만은 그저 유명한 관광지들을 둘러보고, 

맛있는 먹을거리들을 즐기는 곳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온천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대만의 또다른 매력을 알게 되었다.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했던 생각이 

여행을 간다면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것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한 번 다녀갔던 곳을 다시 방문하는 것도 

지난 번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프라이빗한 온천 룸을 이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대중탕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도 있는데 

이곳은 1인당 주중 650 대만달러, 주말 850 대만달러의 요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며, 매주 금요일에는 정오부터 23시까지 운영되니 

방문하기 전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바쁜 일상과 과다한 업무에 지친 현대 직장인들에게 잠시나마 쉴 수 있는 휴식 공간과 시간이 절실한데

 이렇게 온천욕을 즐기면서 근심과 스트레스는 모두 내려놓고 힐링할 수 있다면

 이보다 높은 만족도의 여행은 없을 거라 생각이 든다.


여행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준비하고 먼 곳을 찾아 떠날 게 아니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도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으니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서 대만의 매력을 만나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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