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다.
타임머신이라는 게 실제로 있어서
그걸 타고 과거로 돌아가 바꾸고 싶은 사건과 역사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라는 순진한 상상을 했었지만
점점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은
기억 속에서 점차 흐릿해져 갔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호주 멜버른의 소버린 힐!
21세기에도 옛날 복장을 한 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로 인해
과거로 돌아간 듯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하다니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소버린 힐을 소개한다.
소버린 힐은 호주의 남동부에 위치한 빅토리아 주의 주도인
멜버른에 자리하고 있는 오래된 마을인데
1800년 대 이곳 일대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금을 채굴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로 인해 한 때 골드러시가 일어나 도시가 부흥하게 되었다.
지금은 당시 화려했던 모습은 잃어버렸지만
옛 모습을 잊지 않고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주민들로 인해
멜버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되어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은
1800년 당시 복장 그대로를 입고 예전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다.
특히 아이들은 스마트 폰이나 게임기를 손에 쥐고 있는 대신
오래전 이곳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았을 장난감을 갖고
신나게 놀고 있는데 그 모습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요즘 시대 우리의 아이들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들을
습득하기 위해 스마트 폰과 컴퓨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데
이곳 소버린 힐의 아이들은 애초에 그런 것들은 모르고 자란 것처럼
단순한 놀이에도 깔깔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실제로 학교 수업 역시 1800년 대 모습 그대로 진행되는데
멋지고 우아한 복장을 갖춰 입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냥 관광객들을 위해 예전 모습을 흉내 내는 정도겠거니
생각하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와서 직접 보니
단지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생활하는 그들의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길거리에서는 상황극도 펼쳐지는데 원래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부를 선택한 여자와 그 여자의 허영과 사치에 놀라는 부자의 상황을
재미있게 연기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구경하고 있던 관광객들은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이렇듯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소버린 힐은
멜버른을 여행하면서 꼭 한 번은 들러 보길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서두에 말했듯 이곳은 한 때 금광이 발견되면서
금을 채굴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는데
당시에는 엄청난 양의 금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강 바닥에 있는 모래를 떠서
잘 살펴보면 사금을 채취할 수 있는데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강으로 모여들어 대야를 들고 금을 찾기 바쁘다.
이렇게 찾은 사금은 기념으로 병에 넣어 가져갈 수 있어서
호주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담아갈 수 있는 체험이니 꼭 해보길 바란다.
당시 병사들이 보여주는 멋진 세레머니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공포탄을 발사하는 흔하지 않은 장면은 놓쳐서는 안된다.
한 가지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은 아까 전 길거리 상황극에서
부자 역을 맡았던 주민이 이번에는 병사가 되어있다는 것!
이런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도 소버린 힐을 여행하는 소소한 재미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칼을 차고 나타난 경찰이
현상수배범을 찾는다며 펼쳐 든 전단지에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여행의 즐거움을 두 배로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식사를 하다 말고 수갑을 차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정말로 내가 어렸을 적 상상했던 대로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잠시나마 동심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마을에 있는 사진관에서는 1800년대 호주 전통 복장을 입은 채
당시 모습을 재현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호주 소버린 힐로 떠난 시간여행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었다.
어릴 적 내가 꿈꿔왔던 말도 안되는 상상이 미래의 언젠가는 현실이 되는 날도 오겠지만
그보다 소버린 힐로 여행을 떠난다면 지금이라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릴 적 동심이 많이 흐릿해져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잊어버린 동심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치 동화 속으로 떠난 것만 같았던 소버린 힐 여행은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