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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미 Dec 09. 2019

국내 최초의 자연 설치미술 <겨울·대성리 31인 전>

#바깥미술회 #자연설치미술 #다무그룹

출처: 네오룩(https://neolook.com/archives/20160921e)


 바깥미술회는 중앙대학교 출신의 다무 그룹이 1981년 <겨울·대성리전 31> 이후, '바깥미술동인'으로 결성되었다. 86년 1월 '바깥미술연구회'로 <겨울·대성리전>을 기획하였고 92년에 현재 부르고 있는 '바깥미술회'로 명명하였다.

 문화적으로 이 시기는 모더니즘 시기라고 부른다. 모더니즘은 '합리성'과 '계몽'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80년대 초 나타난 소집단 미술운동의 경향은 현실주의 미학, 새로운 형상성과 방법의 모색을 추구한 경향이 있다. 또 <대성리전>처럼 자연에서 설치와 행위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수렴하려 한 것이 있다.

 

 1981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집단적 자연 설치미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울·대성리 31인 전>이 열리는데 이 전시의 기획 주체가 다무 그룹이다. 당시 다무 그룹은 일루전을 통해 사물을 언어화시키고 탈이미지를 고정화시키는 과정에 직찹하였으며,  그 결과 획일화된 미술 현상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또 미술시장에서의 대중과 소통의 결여를 비판하기도 하였다.

 81년 1회를 시작하여 83년 3회로 다무 그룹은 해체하였다. 1-3회전의 전시 타이틀은 모두 '있는 것과 보이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사물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며 평면부터 설치, 오브제까지 동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었다. 동시대를 대변하는 사물에 대하여 각기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 물음을 던졌다.


선종선_대성리_1983 / 출처: 네오룩 https://neolook.com/archives/20160921e


 <겨울·대성리 31인 전>은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전시였으며 81년 시작하여 5년 후까지 소규모 집단활동을 하던 대부분의 작가들이 한 번쯤은 참여했을 정도로 규모가 확장되었다. 또한 겨울·대성리라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거친 자연공간에서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새로운 실험의 장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겨울·대성리전> 결성의 이유는 미술관 밖의 미술로서 실험정신의 확산을 위해 실내공간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조합을 통해 '예술의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설치, 퍼포먼스, 시낭송, 연극 등 다양한 예술분야가 함께 이루어내는 개방적 예술 형식의 추구와 자연 그 자체의 원초적인 것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예술의 자유와 해방을 찾고자 하였다.

 

 86년에는 101명이라는 참여작가의 대폭적인 증가와 함께 지난 5년간 특별한 주제나 체계적인 정리 없이 진행되어 온 <겨울·대성리전>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한계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반성적 모색이 본격화되면서 '바깥미술연구회'가 결성되었다.

 작업의 방법과 형식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어디서 보았음직한 작업도 있었고 이것을 작품이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작업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동질감은 서슴지 않고 자연으로 나왔다는 것이고,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를 간절히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두운 시대를 넘어서고자 하는 열정이기도 하고 박제화된 예술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모색해야 한다는 젊은 예술가의 책임이기도 했다.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할 수 없었던 당시의 언론이 이들을 주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비판을 앞세우지 않고 예술이라는 은유를 통해 세상과 통하는 한 줄기 숨통이었으리라. 또한 지나치게 서구 지향적인 또 타의적인 형식에 길들여진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한 반발 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92년에는 123명이라는 가장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겨울·대성리전>의 발전적 해체와 더불어 정식으로 '바깥미술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바깥미술회'를 창립하게 된 동기는 겨울이라는 한정된 계절과 대성리라는 제한된 공간을 넘어야 한다는 것, 볼거리에 치우쳐 작품성과 균형을 갖지 못했다는 점, 확대된 규모에 비해 전시 운영의 어려움, 또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적 조류에 대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스스로 내실을 다져가며 변화하는 반성적인 토대로 현재까지 '바깥미술회'는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기전을 매년 겨울에 개최하여 대성리와 자라섬을 근거지로 가장 거칠고 응축된 자연의 시간인 겨울을 '바깥미술'은 토대로 삼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의 부딪힘이 곧 '바깥미술'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정하응_난지도_2002 / 출처: 네오룩 https://neolook.com/archives/20160921e


 '바깥미술'이 이제 40년이 되었다. 하나의 그룹이 40년의 역사를 지속하는 것은 극히 드물고 힘든 일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과 동시대를 마주하는 위상은 1981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도 열악한 환경에서의 설치미술이라는 특수한 작업 환경에 비추어 보면 더욱 어려운 일이다. 80년대 소집단과 대성리를 거쳐간 많은 작가와 이론가들이 새로운 영토를 건설하여 왔고 또 새로운 미술사를 엮어나가고 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면서도 자신만을 주장하지 않았던 80년대 소집단 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깥'의 의미 안에는 예술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과 자유로운 예술형식의 실현에 대하나 물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의 권력은 새로운 언어와 이념을 만들어내며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는 예민한 촉수와 축적된 경험은 '바깥'과 만나게 될 것이다.



바깥미술 자라섬 전
<대지의 신명>
2008.01.26-2008.02.03
최운영_마루가 있던 자리_철사_가변설치_2008 / 출처: 네오룩https://neolook.com/archives/20080126a


 바깥미술회가 추구하는 '생명성'에 대해 이 전시를 통해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예술가만을 위한 전시가 아닌 생태공동체를 추구하는 자라섬 주변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하려 함이다. 겨울 한복판인 1월, 모든 생명이 잠들었지만 생명은 대지의 품에서 봄을 기다린다. 바깥미술도 자라섬에서 대지의 신명을 펼쳐내었다.

 주변 마을 주민과 연대 및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자연 설치 미술의 본래 가치가 작가가 아닌 바로 그들로부터 온 것임을 상기시켰다. 예술의 자향이 예술가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의미를 재생산 과정임을 깨닫게 하는 그들만의 관람자와 소통하는 예술 언어를 만들어 내었다.

 현재에도 대성리, 자라섬, 서울대공원 등 현장을 찾아가야만 했던 바깥미술의 전모를 매 겨울마다 보여주고 있다.


창립선언문

 자연을 지향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의 열린 공간의 의미는 단순히 환경에만 머무는 개념이기보다 환경 너머의 공간으로서 삶을 가꾸어 가고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고 다가감이며 자연성을 회복하여 우리의 예술혼은 되찾기 위해 무제한으로 열린 자연공간으로 향하고, 또한 도시환경을 포함한 인위적 자연 공간에서 작업함으로써,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지향의 예견으로 살아있을 공간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 몸짓과 현대의 예술혼을 접목시켜 자생적으로 열린 공간 예술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희망 있는 공간으로 향하여 나서는 일이다. 그리하여 예술을 테 둘림에서 풀어놓아주고 방생하여 예술의 자족성 대신의 예술의 개방성, 연대성을 위해 예술을 해방시키고자 한다.

김광우_자라섬_2010 / 출처: 네오룩 https://neolook.com/archives/20160921e
김용민_자라섬_2011 / 출처: 네오룩 https://neolook.com/archives/20160921e
뛰다_경반계곡_2013 / 출처: 네오룩 https://neolook.com/archives/20160921e
정혜령_자라섬_2013 / 출처: 네오룩 https://neolook.com/archives/20160921e



글: 바깥미술회 전시해설 1차 스크립트

사진: 네오룩 www.neol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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