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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Dec 08. 2022

리크루터를 위한 평판조회의 거의 모든 것

알아두면 쓸모 있는 평판조회 잡학사전

이력서, 인터뷰에서 본 그 모습... 진짜일까?

Recruiter, Hiring Manager, C-Level... 채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이에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많은 회사에서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평판조회(Reference Check, 이하 평판조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판조회가 유의미한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잘만 사용하면 꽤 유용한 도구라고 봅니다. 헤드헌팅 회사에서 3년 간 재직하는 동안, 운이 좋게도 주니어부터 임원까지 다양한 후보자들의 평판조회를 직접 진행하고 보고서를 쓸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력서와 인터뷰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치명적인 단점이나 경력 위조를 알게 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꼭 이런 극단적인 케이스가 아니어도, 채용을 결정하는 데에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제가 근무했을 당시에는 평판조회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사수분들에게 전반적인 방법을 도제식으로 배우고, 직접 다수의 평판조회를 진행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는데요. 글을 쓰기 전에 찾아봤는데 여전히 평판조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 글은 없더라고요. 제 글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평판조회를 직접 진행하셔야 하거나, 외부에 맡기고 있지만 전체 흐름을 알고 싶으신 분들께 이번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1. 평판조회 진행 전 서면 동의받기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하기 전이나, 진행하는 도중에 지원자의 전현직 회사에 아는 분들이 있으면 'OOO 님을 혹시 아시나요? 어떤 분이세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 마련인데요. 절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지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일입니다. 또한, 물어본 분은 물론 답변하신 분도 개인정보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실제로 모 스타트업에서 이런 일이 자주 있었고, 피해를 본 지원자들이 모여 고소를 준비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지고, 궁금하더라도 꼭 정식 동의 절차를 거친 후에 진행하시기를 바라요.


또한, 향후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구두' 동의가 아닌 '서면' 동의를 받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동의서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은 아래 이미지에 잘 정리되어 있어요.


출처: 시프티 블로그



2. 평판조회 대상자 선정하기


평판조회가 유의미한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좋은 말만 해주던데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1) 블라인드 조회처 1인을 포함합니다.

평판조회를 진행할 경우 전/현 직장의 직속 매니저 2인과 동료나 후배 1인을 포함하여 최소 3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2명은 지원자가 지정한 조회처를, 1인은 평판조회를 진행하는 측에서 직접 선정해서 진행하면 보다 날 것의 평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측이나 평판조회를 대행하는 측에서 선정한 조회처를 채용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블라인드 조회처'라고 합니다.

주의할 점은 지원자가 직접 선정한 경우에는 현 직장 매니저나 동료에게 평판 조회를 진행해도 되지만, 블라인드로 선정할 때는 전 직장 팀원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원자에게 평판조회 동의를 받은 경우 현 직장의 팀원에게 연락해도 개인정보법 위반은 아니지만, 모든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지원자를 위한 배려입니다.


(2) 지원자의 상급자를 포함합니다.

조회처에는 꼭 지원자의 다이렉트 매니저, 즉 지원자에 대한 평가 권한이 있던 사람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원자의 동료나 후배에게 질문하는 것보다 훨씬 솔직하게 장점, 단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혹 지원자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 회사가 첫 회사여서 직속 매니저에게 연락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꼭 지원자의 직속 매니저가 아니어도 지원자와 같은 부서의 상급자나 자주 협업하는 부서의 매니저 등을 통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평판조회 대상자를 정했다면, 조회처와 시간을 조율해서 평판조회를 진행하면 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전화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문서로 진행할 경우, 평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제된 답변만 와서 솔직하고 생생한 의견을 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통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캐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3. 평판조회 진행하기  


자, 이제 사전 준비는 끝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계인 평판조회 진행이 남았는데요. 평판조회의 궁극적인 목적인 성공적인 채용을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통해 좋은 답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평판조회를 할 때 '좋은' 질문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뽑아낼 수 있을까요?


(1) 해당 포지션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정의합니다.

평판조회를 진행할 때 업무능력, 사회성, 인성 및 도덕성, 기타(이직 사유 등) 항목을 확인하게 될 텐데요. 이때 어떤 능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지 정하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답변 내용 중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하는지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예를 들어서 조직에 잡음이 생기더라도 빠르게 성과를 내는 리더가 필요한 포지션이 있고, 성과를 내는 속도는 다소 느리더라도 조직 내 갈등을 봉합하는 따듯한 리더가 필요한 포지션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전자의 포지션에서는 지원자가 어떤 성과를 냈고, 기여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조회처를 통해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 과정에서 지원자가 이끄는 조직원이 이탈했다거나, 타 팀과의 갈등이 다소 있었다는 내용을 알게 된다고 해도 성과를 잘 냈다면 채용하기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후자의 포지션 지원자의 평판조회 중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채용 여부를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2) 이력서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업무 사례 및 성과를 기반으로 질문합니다.

저를 포함, 대부분의 분들이 내가 한 업무인데도 시간이 지나면 디테일한 부분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이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마련인데요. 그래서 평판조회를 할 때 'OOO님이 하셨던 업무 중 대표적인 성과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와 같은 포괄적인 질문보다는, 지원자의 이력서나 인터뷰 과정에서 알게 된 업무 내용 및 성과를 조회처에게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 이에 대해 기억나는 것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더 풍부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OOO님이 A 회사에 근무할 때, 이러이러한 업무를 하고 이러이러한 성과를 내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당시 OOO님의 역할과 성과에 대해 기억나는 부분을 말씀 주실 수 있을까요?'


(3) 약점을 반드시 파악합니다.

평판조회 단계까지 왔다는 건, 지원자가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과 성과를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판조회를 할 때 지원자의 강점에 대해 팩트 체크 정도만 해도 충분하고, 오히려 리스크가 될 만한 부분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진행해보면, 강점에 대해 질문했을 때에 비해 지원자의 약점에 대해 질문했을 때 조회처로부터 솔직한 답변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시나 본인이 한 이야기 때문에 지원자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위에서 블라인드 조회처를 꼭 포함하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외에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은 '약점'이 아니라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OOO님께 이러이러한 여러 강점들이 있는데,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혹시 OOO님이 어떤 점을 보완하면 향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이렇게 질문하면, 조회처 입장에서 답변을 할 때 부담이 적기 때문에 유의미한 이야기를 할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나온 보완해야 할 점이 해당 포지션에서는 약점이 아니라면 채용을 결정하면 되고, 해당 포지션에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다른 조회처를 통해서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3의 과정을 거쳐 평판조회를 끝냈다면, 파악한 내용을 문서화해서 내부 이해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하면 됩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글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자세히 담고자 했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생략한 부분도 있고요. 혹시 저와 다른 의견이 있으시거나, 추가하고 싶은 내용 있으시면 댓글로 말씀해 주시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질문도 환영합니다.


끝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원자의 평판조회를 하는 과정이 현 직장에 알려지지 않게 조용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평판조회를 마쳤으면 빠르게 결론을 내려야 하고요. 평판조회 업무가 인사/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처리해야 하는 많은 업무 중 하나이지만, 지원자는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진행하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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