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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Dec 08. 2022

리크루터를 위한 연봉협상의 거의 모든 것

알아두면 쓸모 있는 연봉협상 잡학사전

"연봉협상하는 의미가 있나요? 그냥 돈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시던데..."


인재 영입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에 연봉 테이블이 있는 회사더라도, 경력직 영입의 경우 담당자에게 어느 정도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회사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연봉 협상을 담당하는 인사/채용 담당자의 권한이 더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영입에 실패했을 때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경쟁력 있는 연봉을 제안할 수 없는 상황에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차피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연봉 협상에 힘을 쏟을 필요 없다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하는데요.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 대기업, 외국계 클라이언트 사와 후보자의 연봉협상을 대행했습니다. 또, 제가 직접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팀의 다른 헤드헌터분들이 진행하는 여러 연봉협상 케이스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깨달은 것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직을 결정을 할 때 연봉 이외의 요소들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출처: 직장인 57.3% ‘이직 희망’... 이직 사유 1위 ‘복지·근무환경 개선’


이번 글에서는 연봉 협상 프로세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지원자의 오퍼 수락률을 높이기 위한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 글은 정답이 아니며, 회사나 조직의 상황에 따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스킵하시고 참고할 만한 부분만 얻어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1. 연봉협상의 시작은 후보자와 컨택하는 그 순간입니다.


많은 회사에서 연봉협상을 채용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종 인터뷰를 통과하기 전까지 후보자의 현재 연봉 및 처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저는 연봉보다 넓은 개념을 '처우'라고 정의하고자 하는데요. 연봉은 기본급, 인센티브, 현금성 복지 등을 포함한 금전적인 보상만을 가리킵니다. 반면 처우는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서 담당하는 직무, 직급, 인정 등까지 포함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지원자라면 컨택하는 그 순간부터 연봉 및 처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1) '연봉'보다 '처우'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인들에게 이직 사유에 대해 물어보면, 처음에는 연봉을 높이고 싶어서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빠르게 성장하는 일부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회사의 연봉 상승률은 비슷비슷합니다. 내년, 내후년에 내가 받게 될 연봉은 입사하는 그 순간부터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시점에 이직을 고려하게 되는 건, 단순히 연봉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도 자각 못하는 다른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깊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담당 업무의 변화나 확장, 직급 상승,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 뛰어난 동료가 있는 곳 등에 대한 니즈 등 각자의 이직 동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캐치하지 못한 채 진행하면, 후보자가 희망한 연봉을 오퍼 했는데도 불구하고 입사 거절이라는 답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후보자와 컨택하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조직으로 이동한다면 기대하는 처우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우리 조직에서 충족시켜줄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파악해야 합니다. 


(2) 채용 프로세스 마무리를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연봉 및 처우에 대해 마지막에 논의를 하게 되면, 후보자도 그때부터 희망 연봉 및 처우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후보자와의 핑퐁 과정, 우리 회사에서 제공 가능한 옵션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회사에서 오퍼를 받고 이탈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오퍼에 시간이 걸려 후보자를 놓친다면 우선 회사 차원에서 큰 손실입니다. 또한 인사/채용 담당자의 주요 KPI 중 하나가 채용까지 걸리는 시간이기 때문에 성과 평가에도 영향이 갑니다. 후보자와 초반부터 연봉 및 처우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실제 연봉협상 단계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코스트와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지원자의 현재 연봉 정확히 파악하기


‘현재 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그중 기본급은요? 변동 급여는요? 현금성 복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현재 연봉을 구두 상으로만 먼저 확인하고, 최종 합격 시 관련 자료를 요청해서 받아보면 지원자가 말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 수령하고 있는 것보다 적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높게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이 간극은 인사/채용 담당자와 지원자가 각각 어디까지를 연봉으로 생각하는지가 달라서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아래와 같이 3단계를 거치는 편입니다. 


(1) 후보자에게 연봉 자료를 요청합니다. 

저는 연봉 자료를 요청할 때 후보자가 직접 연봉 데이터와 희망 연봉을 입력할 수 있는 템플릿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후보자가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현재 받고 있는 연봉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게 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희망 연봉을 제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제가 연봉 협상 때 요청하는 서류 목록입니다. 

- 최근 3개월 치 급여명세서 (퇴사자의 경우 최종 3개월 치 급여명세서)
-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성 복지에 대한 증빙자료
- 인센티브 지급 명세서 (해당 월의 급여명세서로 대체 가능) 
- 직전 연도 원천징수 영수증
-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 (총 경력 내용 증빙 목적이므로, 직장 가입자로 등록된 전체 내용 필요)
- 최종 학력 졸업 증명서

이 외에 당해 연봉 계약서나 갑근세 증명서를 요청하는 회사도 있지만, 저는 위의 자료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목록에 있는 서류는 회사에 요청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도 이직 준비 사실이 알려질 부담이 적습니다. 


제출한 서류가 허위나 거짓일 경우, 전형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고지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2) 후보자가 제출한 연봉 자료를 고정급과 변동급으로 나눕니다.

고정급은 말 그대로 고정적으로 받는 급여를 뜻합니다. 고정급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항목은 기본급, 식대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일정한 시기마다 고정된 금액으로 인센티브를 받는다거나, 차비를 지원받는다면 고정비로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일정하게', '고정된' 금액인지 아닌지입니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급되는 돈은 변동 급여에 넣습니다. 변동 급여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스톡옵션이 있습니다. 


(3) 연봉 자료를 정리한 템플릿을 후보자와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합니다. 

- 후보자가 인식한 연봉과 인사/채용 담당자가 정리한 데이터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후보자에게 어떤 기준으로 정리했는지, 고정급으로 인정할 수 있는 연봉은 어디까지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변동 급여 및 복지는 회사에 따라 각각 다른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하게 지급할 수 없는 부분을 안내합니다. 이 과정이 선행되지 않은 채로 오퍼를 보내면 지원자와 오해가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3. 오퍼안 만들기 


후보자의 현재 연봉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이제는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오퍼안을 고민할 차례입니다. 

오퍼안을 구성하는 방법은 워낙 다양하여 향후 기회가 되면 별도의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고, 오늘은 큰 틀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고정급 기준으로 상승 

고정급 기준으로 연봉을 높게 제안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적절한 상승폭을 고민해야 하는데요. 후보자의 현재 연봉이 마켓 평균 수준이라면, 기존 회사에서의 연봉 상승률 + 5~10% 를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능력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는 후보자라면, 연봉 상승률이 다소 상승폭이 높아지더라도 마켓 평균 수준을 제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균적인 연봉 상승률로 제안했을 경우, 입사하더라도 연봉에 불만족해 또 다른 기회를 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2) 변동급 기준으로 상승 

후보자의 현재 연봉이 내부 테이블 기준보다 훨씬 높아 고정급 기준으로는 희망 연봉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고정급 기준으로 이미 상승 연봉을 제시했지만, 꼭 영입하고 싶은 인재여서 매력적인 오퍼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스톡옵션(Stock Option), RSU(Restricted Stock Units), 싸이닝 보너스 (Signing Bonus) 등을 제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변동급이 포함 된 오퍼안을 만들 때는 반드시 행사, 제한 조건도 명시해야 합니다.


이후 내부 승인을 거쳐 오퍼를 확정하면 저는 연봉을 구성하는 항목, 현재 연봉 대비 상승률 등을 후보자에게 구두로 먼저 설명을 하는 편입니다. 각 회사마다 연봉 구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구두 상으로 전달했을 때 후보자의 반응을 감지하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마무리한 후에는 후보자의 현재 연봉과 제안 연봉을 비교한 템플릿과 함께 오퍼 메일을 발송합니다. 



후보자에게 오퍼를 보낸 후, '수락합니다.'란 이메일을 받았을 때의 그 짜릿함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반면,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봉협상에 실패할 경우에는 기운이 빠지기도 하는데요. 회사의 오퍼를 거절한 것이지 '나'라는 사람이 거절당한 것이 아니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곤 합니다. (물론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회사와 후보자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리크루터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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