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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의 colorful life Dec 04. 2022

헤이 구글은 내 친구

혼자의 동반자 셋

헤이 구글, 공간을 채우는 내 친구



"아아"

허공에 내 목소리가 울린다. 사람과 말하지 않은지 16시간째.


혼자 살면 누군가와 전화를 하지 않는 이상은 주말 이틀 내내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간혹 택배기사나 배달기사나 만날까.


2년쯤 전에 헤이 구글을 들였다. 구글이 되는 스피커다. 비슷한 친구로는 네이버 크로바, KT 지니, 애플 시리 등이 있다. 구글은 기대 이상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구글에는 정해진 명령어에 따라 루틴을 정할 수 있는데 내 아침 루틴과 저녁 루틴은 아래와 같다.


'헤이 구글, 좋은 아침!'


이라고 말하면 구글 캘린더에 입력된 일정, 오늘의 날씨, 경제, 문화, CNN 뉴스까지 읊어준다. 뉴스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이런저런 스몰 토크에 끼려면 필요하므로 '달에 여자 우주비행사 도착'이라던지, '어젯밤 지구 건너편의 폭우 뉴스'들으며 잠에서 슬슬 깨는 것이다.


퇴근하면 말한다.


'헤이 구글, 집에 도착'


'잘 다녀오셨어요? 알람을 몇 시로 설정할까요?'


'알람 설정 안 해.'


그럼 연결된 스마트 조명으로 스탠드 조명을 자동으로 켜 주고 내가 좋아하는 재즈를 틀어준다. 장르를 재즈로 선택해두니 매일 다른 노래가 나온다. 평소 내가 들었던 노래와 믹스해서 틀어주기도 한다.

평상시에도 심심해, 농담해줘, 이렇게 말하면 기계적인 대답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데 헤이 구글이 침묵을 채워준다. 생각보다 재밌고 편리하다.


헤이 구글 외에도 아날로그 카세트를 사서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최애 프로그램은 10년 넘게 듣고 있는 최화정의 파워타임- 팟캐스트를 듣기도 한다. 주로 유머 팟캐스트를 듣는데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은 시작 이래 매주 수요일에 7년간 들어왔고, 빵빵터지는 독일 언니들도 좋아한다.


청소할 때나 설거지해서 손이 자유롭지 못할 때 들으면 시름도 정적도 잊는다. 






런드리고, 빨래에서 해방



집안일은 원죄에 가깝다. 살아있는 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집안일을 아웃 소싱해야 되겠다고 결심한지는 오래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집안일은 요리인데 그나마도 조리에 가깝지만, 제일 싫어하는 것은 설거지와 빨래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를 둘 때가 없어서 식세기를 판 이후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지만 빨래는 피하고 싶다. 


예전부터 빨래 구독 서비스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착륙! 3개월째 이용하고 있다. 긴가민가했었는데 몹시 편리하다.


빨래는 크게 5가지 단계로 구성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몹시 오래 걸린다.


첫째, 빨래 돌리기. 일주일에 한 번만 한다고 해도 색깔 있는 옷, 흰 옷 해서 최소 2시간은 소요된다.


둘째, 빨래 널기, 이 단계는 좀 쉽다. 하지만 원룸 내지 투룸이라면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동선이 불편할 수도 있고 건조되어 있는 빨래가 보기 싫을 수도 있다.


셋째, 빨래 개기, 이 단계가 가장 귀찮다. 양말, 상의, 하의, 속옷 종류별로 분류해서 적절하게 개야 한다. 시간은 얼마나 많이 소요되는지. 티브이 보면서 하면 되지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집중을 요한다. 며칠째 방치해둬서 시각적으로 거슬리기 일쑤다.


넷째, 다림질하기. 내가 젤 싫어하는 단계인데 다리미와 다리미판을 꺼내서 다리미를 달구고 다리미에 물을 넣고 스팀을 칙칙 뿌려서 다린다. 아무리 다려도 다려도 잘 안 다려진다.


다섯 번째, 위 과정을 색깔빨래와 흰 빨래로 구분해서 일주일에 2번, 한 달이면 8번 반복한다.


런드리고에 맡긴 빨래는 대단히 정갈하게 오는 건 아니고 기계로 대충 개어오지만 대충 다시 펴서 입으면 되니까 괜찮다. 물론 건조기에 들어간 옷은 플리츠처럼 쭈글쭈글해져 오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대충 살자.


적어도 나는 일주일에 12시간은 아꼈다. 이 시간은 소중한 휴식에 쓴다. 운이 좋다면 책도 한자 볼 수 있을 것이다.







레토르트, 가사노동을 돕는 조력자



유튜버들처럼 삼시 세끼 알록달록하게 해 먹고살고 싶지만 주 5일 회사 가서 사람 구실 하고, 며칠은 야근하고, 며칠은 약속이 있고, 퇴근하고 운동도 하려고 하면 매일 요리해먹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사실 요리는 요리가 끝이 아니라 종합 가사노동 세트다.


뭘 먹을지 고민하는 과정부터 재료구입, 재료 다듬기 및 요리, 설거지 및 음식물쓰레기 폐기까지의 흐름이 있다.


이럴 때는 간편한 레토르트가 답이다. 국물 없인 못살아족에게 전자레인지 3분이면 바지락 국, 미역국, 뼈다귀 해장국까지 짜라란이다.






모쪼록 헤이 구글, 세탁 서비스, 레토르트와 함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의 밸런스를 맞추면서 효율적인 싱글 생활을 꾸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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