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남씨 부엌에서 내가 컸다
오랜만에 백화점에 있는 떡방 앞. 쑥버무리가 제철이라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 지나칠 수 없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쑥버무리를 찾았다. 다 팔렸나? 지금 찌고 있단다. 다 되었으니 조금 기다리란다.
종이 백에 넣은 쑥버무리 한 덩어리를 건네받았다. 뜨꺼운 김에 떡이 눅눅해 질까 걱정되었다. 김이 나가도록 포장 랩에 구멍을 뚫고 집까지 신주단지 모시듯 양손으로 받쳐 들고 왔다.
쑥버무리 한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쑥 내음이 좋구나~ 단맛도 살짝 지나간다. 나는 왜 이렇게 쑥버무리를 만들 수 없을까. 할머니는 엄청 쉽게 만드셨는데 말이다. 아니다. 내가 너무 건성으로 봤을 수 있다.
나의 살던 고향 집은 나름 시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역전 앞이었으니까. 나는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지 않았다. 집에서만 놀았다. 나물을 캐러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시내에 사는 어린이였다. 그래도 우리 집 담장 안팎으로 쑥이 났다. 봄에 냉이나 쑥은 지천에 널려 있지는 않았지만 별미로 먹을 만큼은 구해졌다. 내가 쑥버무리 맛을 어떻게 알겠는가. 냉이된장국 맛은 또 어찌 기억하고 있는가. 다 어릴 때 먹어봐서다. 할머니 솜씨로.
도시살이에서 냉이는 어찌어찌 구해지는데 쑥은 구하기가 더 어렵다. 냉이든 쑥이든 팔아야 사서 해 먹을 수 있는 형편인데 말이다. 이렇게 쑥버무리일지언정 쑥을 제철에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신세다.
쑥은 된장국에 조금만 넣어도 쑥향이 난다. 쑥버무리는 언젠가 딱 한번 시도해 보았다가 실패한 후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어디 가서 배워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친 김에 쑥된장국이 오늘 저녁 메뉴다. 다행히 ‘한살림’ 매장에서 쑥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