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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혜진 Apr 14. 2021

곧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리 공지하지 못해 출간 제안을 해주시는 출판사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브런치 공모전을 통해 대상을 수상하고 첫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당분간은 글 쓰는 일을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작가라는 타이틀도 어색하고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았던지 두 번째 책을 낼 기회를 잡았습니다.


출판사와 계약을 하기 전 혼자 구상을 할 때만 해도 금방 후루룩 써버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뻔하디 뻔한 내 살아온 이야기인데 뭐가 어려우랴 싶었습니다. 그런데 힘겹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예상보다 오래 걸려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런 책을 내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를 못한 탓도 있습니다. 대상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자기 검열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탓도 있습니다.


꼭 1년 전에 외국에 있던 딸들이 계획보다 일찍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방에 꼼짝없이 갇혀 생 감옥살이를 하는 딸들에게 삼시세끼 밥을 해먹이고, 혹시나 모를 바이러스를 차단한답시고 펄펄 끓는 물에 식기를 삶아가며 설거지를 해대고 온 집안에 락스 냄새와 알코올 냄새가 지독할 만큼 유난스럽게 깔끔을 떠느라 몸이 힘들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오면 해외에서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온 원망을 듣게 될까 두려워 마음도 힘들었습니다. 자가격리가 끝난 후에도 살얼음판 위를 걷듯 불안 불안했습니다. 딸들이 다시 해외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가 하는 과정을 두 번 겪는 동안에 긴장감 때문에 다른 일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코로나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다 보니 슬슬 진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남편 하는 일 조차 순탄하지 않아 자칫 경제적으로 제법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어려움이 더 심각하게 다가왔습니다. 글쓰기는 도피처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느긋한 성격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일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하얀 벽만 있는 밀실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악몽을 꾸고 눈을 떠보니 일 년이나 지난 것처럼, 마치 지난 일 년이 없던 시간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시간 동안 꾸역꾸역 글을 쓰고 탈고를 해서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글의 품격, 내용의 가치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계획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편집자 손에 글을 넘기고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문득문득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일이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다른 출판사들의 '출간 제안'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게으름 피우고 딴짓하다가도 장신이 번쩍 들고 다시 시작할 수 었습니다.  누군가가 이야기로 책을 낼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주는 게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출간 제안을 해주신 출판사에 정중하게 이미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글을 쓰는 중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미리 공지라도 했어야 했나 하며 미안해졌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출판사와 계약한 것을 브런치에 미리 공지를 해야 할까 싶기도 했지만 그동안은 내가 이 글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출간 계획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도 한 출판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이제 탈고까지 마쳤으니 브런치에 올린 글은 대부분 출간 준비를 하며 쓴 글이라는 것을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 출간 제안을 하신 다른 출판사분들은 오히려 저와 계약하지 않으신 것을 다행으로 여기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탈고를 해서 글을 넘긴 편집자가 적지 않은 고생을 하고 있을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졸필에 산만하고 손댈 곳이 많은 글입니다. 독촉하지 않고 기다려준 출판사에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덕분에 요즘 같은 시대에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썼습니다. 어쩌면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았을지 모르지만 우선 마무리를 했으니 여한은 없습니다. 편집자의 노고를 생각하면 잘 팔리는 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제목은 브런치에 올린대로 <하버드 맘의 복기>가 될지 다른 좋은 제목을 다시 찾아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게으르고 느긋한 엄마가 조바심 많은 큰딸과 자신감 없는 작은딸을 키우면서 겪은 일, 살면서 터득한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6월 경에는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가을쯤에는 코로나가 끝나고 '웃으며' 책 자랑을 하러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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