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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진 Feb 19. 2020

짝사랑 그리고 고백.

죠지 - 하려고 해 고백 (gohaegoback)


동일 인물 맞음 ..


애플뮤직에서 2018년을 빛낸 최고의 곡으로 swiming pool 이 선정되면서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죠지.

국내에선 Let's go picnic과 Boat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딩고의 킬링 벌스와 유스케(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현하면서 이제 알만한 사람은 전부- 아는 가수가 되었다.

순수 청년처럼 귀여운 외모에 독특한 (?) 정신세계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죠지의 최고 매력은 역시 노래인데, 특유의 뉴트로 한 감성으로 오래된 것을 세련되게 가꾼듯한 느낌이 드는 노래를 만든다.

찾아보니 죠지는 R&B 가수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본인은 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하려고 해 고백.'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이 곡은 죠지의 노래 중 필자가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당시 내 데일리 뮤직이기도 한데, 죠지도 본인의 노래 중 '하려고 해 고백'을 제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백. 단어만 보면 상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두근두근 설레는,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두 사람 사이 무언가 커넥션이 있어야 가능한 그런 거.

하지만 여기 또 다른 고백도 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랑임에 불구하고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입밖에 꺼내버리는 그런 애절한 고백도 있는 법이다.

하려고 해 고백은 후자에 관한 노래다. 상대의 거절을 알고 있음에도 혼자 담아둘 수 없어 결국 뱉어버리고 마는.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아주 긴 짝사랑을 갓 시작했었다.

굉장히 초라하고 동시에 뜨거운 그런 사랑.

짝사랑이라니. 내 인생에는 도저히 존재하지 않을 것 같던 그런 단어였다.

한쪽만 상대편을 사랑하는 일. 국어사전 검색 시 나오는 짝사랑의 의의다. 내 일이 되고 나니 간단한 설명마저 마음이 아팠다.

전에는 슬프고 어찌 보면 멋없는 그런 찌질한 사랑은 하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주는 것보다 받는 사랑에 익숙했던 내게 짝사랑이란 그저 먼 사랑방식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던 내가 그 사람을 만났다.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까지 짝사랑이라는 아주 큰 열병을 앓았다. 어느덧 스물 후반.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이었다.

내 어떤 경험보다도 뜨겁고 아픈 사랑에 겁에 질렸고 놓고 싶어도 놓아지지 않는 사랑에 허둥지둥 그렇게 휩쓸려 지내다 보니 어느새 한 해가 지나갔다.

여름의 끝자락. 한 해의 후반기에나 만나게 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를 떠올리면 그 사람 하나만 덩그러니 떠오르는 것을 보니 그 존재가 매우 컸구나 싶다.

그렇게 초라하고 동시에 뜨거웠던 내 사랑은 새해가 시작되며 오래 앓았던 감기와 함께 끝이 났다. 지독했던 사랑을 털어내는 과정이었던지, 성인이 되고 나서 제일 크고 길게 앓았던 한 달이었다.


'하려고 해 고백'이 들어가 있는 죠지의 첫 EP [cassette] cover.


그래 넌 안된다 말하겠지

그래 그렇겠지

되려 내가 바랬는지도 몰라

의자 위 널 앉히고부터

baby 서로 느꼈었는데

안될 걸 난 다 알면서도

빈 곳에 남아 널 기다리는지

하려고 해 고백

난 니가 좋아

대답해줘 내게

난 니가 좋아

고백


2절의 가사. 이구간이 얼마나 아프고 애잔하던지.

짝사랑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반복되는 난 니가 좋아를 들었을 때 그 애잔함을 느낄 것이다. 마주 앉아 바라보는 상대에게 눈으로 마음으로 계속 반복하게 되는 거다. 난 니가 좋아. 난 니가 좋아. 니가 뭘 해도 그런 너가 좋다고.

이미 안될걸 알았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그만하자고 다짐해도 결국 참지 못하고 그 사람을 보러 가는 걸 반복했다. 보기로 약속을 잡은 날이면 몇 시간 전부터 잔뜩 들떠 모든 게 행복했고,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이면 다시 엉망진창인 마음으로 눈물을 쏟았다. 매번 반복이었다.

당시 출근하는 길 택시에서 노래를 듣다 눈물을 쏟았다. 이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당신을 좋아한다고 너무. 너무 좋아한다는 말이 입 근처에서 맴돌았다. 그 사람의 대답이 뻔히 보이지만 이 무거운 감정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그저 털어놓고 싶었다. 널 생각하는 내 맘이 이렇다고.


고백을 앞둔 남자의 머릿속을 상상해서 가사를 쓴 죠지는 이 화자가 결국 고백하지 못할 것을 안다고 했다.

그렇다. 혼자 키워둔 마음을 상대에게 고백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친구로서라도 남아 오래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결국엔 그 무거운 짐을 자기 마음에 밀어둔다.

하지만 필자처럼 애정이 갈증이 되고 애증이 되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와버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이 곡을 남겨두고 싶다.


난 니가 좋아. 대답해줘 내게. 난 니가 좋아

고백


차마 두 눈을 보고 말하지 못했다. 우리 집 천장을 바라보는 네 옆모습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내 목소리가 잔뜩 떨려 나왔다.

"나 오빠 진짜 많이 많이 좋아해"

대부분의 짝사랑은 고백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마음을 숨긴 채 관계를 이어간다면 그래 적어도 상대 곁에 오래 남을 수 있지만, 그 사이 자신의 마음은 헛된 기대를 먹고 몸집을 키울 것이고 혼자 받는 상처들이 곪아 터져 큰 상처로 다가올 것이다.

돌아올 수 없는 길로 향하는 고백은 두렵겠지만 적어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그 순간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 있는 당신은 밝게 빛날 것이다. 그 사랑은 누구보다 뜨거웠을 테니.

세상의 모든 짝사랑을 응원하며! gohaego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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