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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21. 2019

배아 발달 초기 48시간의 신비

'대화형 분자 지도' 최초 생성

하나의 수정란이 여러 장기를 형성하며 분화되는 생명의 신비를 분자적으로 처음 자세하게 나타낸 연구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생물학자와 물리학자, 수학자들로 구성된 학제간 연구팀은 10만개 이상의 쥐 배아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연구해 초기 배아 발달에 대한 분자적 청사진을 수립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생명체 발달의 핵심단계인 장배(腸胚) 형성(gastrulation)이 포유류 배아에서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대한 중요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생명의 가장 초기단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인 루이스 월퍼트(Lewis Wolpert) 박사(89)는 “장배 형성은 출생, 결혼 혹은 죽음과 같은 인생의 대사(大事)가 아니면서도 우리의 삶에서 정말로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배아가 수정된 후 6.5~8.5일 사이의 48시간 동안에 세포들이 특정 신체기관 형성을 위해 분화돼 가는 모습. 각 점은 단일세포를 표시하며, 심장, 폐, 뇌 및 내장과 같은 주요 세포 유형에는 채색을 했다. ⓒ Wellcome-MRC Cambridge Stem Cell Institute 


배아에서의 유전자 활성화를 순차적으로 측정

   
장배 형성은 동물 혹은 인간의 배아에 있는 전구 세포가 신체의 서로 다른 모든 장기를 생성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발달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은 배아 발달에서 중요한 핵심 단계지만, 지금까지 분자 수준에 대한 세부사항은 제한적으로만 이해돼 왔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포괄적인 포유류 장배 형성 분자 지도를 처음으로 생성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0일자에 발표했다.


장배 형성은 배아 발달에서 중요한 핵심 단계이다. 사진은 7주 된 배아의 모습 ⓒ Wikipedia


이들은 수정 후 6.5~8.5일 사이의 쥐 배아에 있는 11만6312개 단세포들의 유전자 활동을 측정하고, 포유류 배아 발달에 대한 분자적 청사진을 수립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최첨단 단세포 기술을 사용, 쥐 배아에서 어떤 유전자들이 활성화되는지를 순차적 시점에 따라 대규모로 측정했다.

     
장배 형성 초기에는 구별되는 세포 유형들의 수가 적게 탐지됐으나 이후 48시간 안에 세포들은 서로 다른 유전자 프로파일을 가진 30가지 이상의 별개 세포 유형으로 분지(分枝)됐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전산 분석을 통해 각 세포를 점으로 표시하는 ‘대화형 지도(interactive maps)’를 생성했다. 이때 유사한 분자 프로파일을 가진 세포들은 서로 가깝게 위치했다.


‘네이처’(Nature) 20일자에 실린 논문. ⓒ 2019 Springer Nature Publishing AG 


누구나 온라인으로 활용 가능

   
이 새로운 지도는 다른 연구자들도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도에는 한 세포 유형에서 다른 세포 유형으로의 발달 궤적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초기 배아 기원으로부터 신체의 모든 세포와 기관이 발달하는 정확한 유전 과정을 보여준다.
     
웰컴-MRC 케임브리지 줄기세포 연구소의 그룹장인 버티 괴트겐스(Bertie Göttgens) 교수는 “이번의 새로운 지도는 정상적인 조건에서 배아 발달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 주는 분자 청사진을 제공한다”며, “불특정 배아세포들이 신체의 모든 특정 세포유형으로 증식하고 다양화될 때 어떤 유전자 세트가 활성화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괴트겐스 교수는 “이 지도는 또한 유전적 돌연변이가 어떻게 배아 성장을 방해하고 발달장애와 질병을 일으키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참고자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장배 형성 진행과정 모습. 장배 형성은 한 층으로 구성된 포배(blastula)가 안쪽으로 접히고 원장배(gastrula)를 만들기 위해 확대될 때 일어난다. 원장배는 외배엽과 중배엽 및 내배엽 등 세 개의 배아기관 층을 가지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 Abigail Pyne 


돌연변이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일 해독 진행 

   
연구팀은 정상적인 혈액 발달의 필수 유전자인 ‘T세포 급성림프성 백혈병 단백질1(Tal1)’ 조사를 통해 새 분자지도를 테스트해 보았다. 이 단백질은 조혈세포의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조혈악성종양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잘못된 세포에서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백혈병을 일으키게 된다.
     
연구팀은 1만개 이상의 Tal1 돌연변이 세포에 대한 참고문헌을 비교해 Tal1 유전자 돌연변이 결과를 해독할 수 있었다.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산하 생물정보학 연구소(EMBL-EBI)와 영국 케임브리지 암연구소 그룹장인 존 마리오니(John Marioni) 박사는 “실험 데이터를 수집한 자료들과 비교함으로써 돌연변이 Tal1 유전자를 가진 세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하게 해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관찰 결과 “돌연변이 세포들은 단순히 갇혀있거나 혹은 다른 한 세포 유형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떤 세포 종류로 성숙돼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다양한 유전자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배 형성 과정에서 상피층의 중배엽 세포로의 전이. 세포 부착이 상실되며 새로운 중배엽 세포의 수축과 압출이 일어난다. ⓒ Wikimedia Commons / Hardrockcrossing 


연구공동체에 중요하고 유용한 자원 보태

   
이처럼 혈액 발달의 유전적 기초를 조사하는 일은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분자 지도를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나 혹은 질병 과정을 이해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이 지도는 배아에서 발달하는 모든 세포 유형에 대한 분자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신체의 모든 장기들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질병에 걸리거나 노화된 기관의 재생 치료뿐만 아니라 약물 검사에 적합한 세포 유형 생산 프로토콜을 개발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b0%b0%ec%95%84-%eb%b0%9c%eb%8b%ac-%ec%b4%88%ea%b8%b0-48%ec%8b%9c%ea%b0%84%ec%9d%98-%ec%8b%a0%eb%b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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