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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21. 2019

미‧중, 우주 분야에서 협력 훈풍

NASA, 창어 4호의 먼지기둥 찾고 있어

지난 8일 중국 환구시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한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의 착륙 지점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NASA는 지난달 30일 자국의 달 정찰 궤도선(LRO)으로 창어 4호의 착륙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촬영했다.

     
촬영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사전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창어 4호가 착륙하는 시간 및 착륙지의 위도, 경도 등을 미국에 알렸으며, NASA도 LRO의 계획된 궤도에 관한 정보를 중국에 공유했다.
     
애초엔 창어 4호의 달 착륙 순간을 LRO가 관측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지난달 30일에 LRO가 촬영한 사진에는 창어 4호가 점 하나 정도의 크기로 나타났으며, 그보다 작은 달 탐사로봇 위투 2호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LRO의 사진 촬영 지점이 착륙지로부터 동쪽으로 330㎞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NASA가 LRO를 이용해 찍은 창어 4호의 달 착륙 지점. 오른쪽 하단에서 작은 화살표로 맞대어 표시한 곳이 창어 4호다. ⓒ NASA, GSFC,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이 사진은 NASA와 중국의 우주 계획을 총괄하는 국가항천국(CNSA) 간의 협력을 보여주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 현재 NASA는 CNSA와 협의해 창어 4호가 착륙할 당시 만들어진 먼지 기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착륙선이 달에 착지할 때 달 표면에서 일어난 먼지 기둥을 분석하면 착륙 방법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데, 이는 향후 달 탐사에 도움이 된다. 

이 작업을 위해 NASA는 LRO의 자외선 촬영 분광기로 달의 대기 및 표면을 관찰해 변화의 징후를 찾고 있다. NASA 관계자는 할 수 있는 한 앞으로도 몇 년 동안 계속해 이러한 유형의 관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NASA와 CNSA는 이번 달 11일부터 22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엔의 ‘외기권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COPUOS)’에서 이번의 달 탐사 협력 활동에서 비롯된 중요한 발견을 세계 과학계와 공유하는 데 동의했다. 8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COPUOS는 유엔 산하의 유일한 우주분야 논의체로 인류가 당면한 글로벌 우주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한다.


나사의 달 정찰 궤도위성(LRO) 일러스트 ⓒ Wikipedia


국가 및 경제 안보와 관련 없으면 협력 가능

   
사실 그동안 NASA는 우주 활동에 있어서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금지되어 왔다. 하원의원 프랭크 울프가 2014년에 서명한 NASA의 자금출처 법안에 이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NASA는 구체적으로 허가를 받지 않는 한 중국이나 중국 소유의 어떤 기업과도 우주 활동에 있어서 상호 참여 및 협력 등을 위해 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NASA가 이번처럼 중국과 협력하기 위해선 사전에 의회에 통보하고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럼 NASA는 창어 4호와 관련한 중국과의 이번 협력 활동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받았을까.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최근 NASA 관계자에게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응한 NASA 측의 발표에 의하면, 국가 안보 및 경제적 안보와 관련된 기술 및 데이터 또는 기타 정보가 중국으로 이전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자금 사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NASA는 중국과의 이번 협력 활동을 위해 법에 따라 의회에서 적절한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NASA는 우주 활동에 있어서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금지되어 왔다. ⓒ Pixabay


NASA와 CNSA의 협력 관계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도 보도됐다. 이 신문은 중국 창어 프로젝트의 수석 과학자인 우웨이렌의 말을 인용해 미국 우주과학자들이 창어 4호의 통신 중계위성인 췌차오를 빌려 쓰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에 발사된 췌차오는 달의 뒷면에 착륙한 창어 4호의 탐사 결과를 지구에 중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이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췌차오에서 나오는 정보가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달 탐사 프로젝트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4년에 무인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킨 다음 2028년까지 달과 지구를 정기적으로 왕래할 수 있는 우주인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지속적 우주 탐사 위해선 경쟁 아닌 협력해야
   
한편, 유럽우주국(ESA)은 달 탐사 계획에 있어서 중국과 오랜 기간 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유럽 최초의 달 탐사선인 SMART1을 담당하는 과학자 버나드 푸잉은 “중국 과학자들과 SMART 1 데이터 분석에 협력했다”라고 말했다.
     
ESA의 인간 및 로봇 탐사 국장인 제임스 카펜터는 “ESA가 중국의 차기 달 프로젝트에 대한 유럽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CNSA와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국은 올해 연말에 창어 5호를 달의 또 다른 지점에 보내 표본을 채취한 다음 지구로 귀환할 계획이다.


유럽우주국(ESA)은 달 기지 건설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ESA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달에서 표본을 가져오는 세 번째 국가가 된다. 또한 중국은 2020년에는 첫 화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ESA는 이와 관련해 화성의 환경 자료를 CNSA 측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우주는 몇몇 선진국에서 국가 차원으로 탐사하는 곳이 아니라 민간기업, 학계, 산업계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을 위한 개방적이고 다양한 무대가 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유럽과 중국 간의 이러한 협력은 1960년대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 간 경쟁과는 달리 우주 경쟁에서 새롭고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이에 대해 미국 노터데임대학의 공학 교수이자 달 전문가인 클리브 닐은 “아폴로 프로젝트는 경쟁을 통한 우주 탐사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반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보여준 국제적 협력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활동 영역을 우주로 확대하려면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af%b8%e2%80%a7%ec%a4%91-%ec%9a%b0%ec%a3%bc-%eb%b6%84%ec%95%bc%ec%97%90%ec%84%9c-%ed%98%91%eb%a0%a5-%ed%9b%88%ed%92%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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