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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26. 2019

지구 대기권 확장되나

현재 알려진 100km에서 63만km까지 늘어나

지구의 대기권은 보통 지상 100km까지라고 알려져 있다. 흔히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구 대기권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복잡하다.

     
최근 한 천문학 연구팀은 지구 대기의 경계가 카르만 라인보다 훨씬 더 확장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대기권이 심지어 달까지 미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지구 대기권이 어디까지 미치는가 하는 것은 지구 코로나(geocorona)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와 연관된다. 지구 코로나 중 대기권의 가장 바깥 부분에 있는 지역은 이온화된 대기가 몰려있는 곳이다.
     
이 경계지점은 대기권과 우주가 만나는 곳으로서, 이곳은 중성 수소가 원자외선에 들어가 신비한 빛을 내기도 한다.
     
대기권의 바깥지역인 외기권(exosphere)은 지구의 원자나 분자가 우주공간으로 달아나는 곳으로서 지금까지는 지상 500km지점부터 해당된다고 생각했다.


지구 코로나의 영향력을 그린 상상도 ⓒ ESA


20년전에 측정한 자료 뒤늦게 분석    

   
이 외기권은 아주 얇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전에는 외기권의 가장 먼 지점이 지구에서 20만 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지점에서 대량복사열의 압력이 지구의 중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우주국(ESA)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으로 소유한 우주망원경인 소호(SOHO) 망원경에서 받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기 코로나의 경계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더 확장된다.
     
러시아 우주연구소의 이고르 발류킨(Igor Baliukin) 박사 연구팀은 소호 망원경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새 대기권의 경계가 무려 63만km까지 확장된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른 과학자들이 소호 망원경에 장착한 스완장비(SWAN instrument)를 사용해서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스완장비는 리만-알파(Lyman-alpha) 광자라고 하는 수소원자에서 나오는 원자외선(far-ultraviolet)을 측정하는 장비이다.
     
태양빛은 리만-알파 파장대에서 지구코로나의 수소원자와 반응한다. 리만알파 파장대는 대기권에 차단되기 때문에 우주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원자외선을 보려면 측정장비를 우주에 배치해야 한다.
     
이런 분석을 거쳐 연구팀은 지구코로나의 경계를 확장하고 지구코로나의 수소원자의 밀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지구코로나는 지구의 낮 지역에서는 밀도가 높았다. 태양 복사열에서 나오는 압축 때문이다.
     
미국 우주선 아폴로 16호는 사상 처음으로 달에 망원경을 설치한 적이 있다. 아폴로 16호 우주인들이 1972년에 달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보면 지구 코로나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물론 당시 우주인들은 그 사진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다.


아폴로 16호 우주선이 달에서 찍은 지구 코로나 모습. ⓒ NASA


놀라운 것은 소호 우주망원경이 이 데이터를 이미 20년에 관측했다는 점이다. 소호 우주망원경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에 이 자료를 수집했지만, 그저 창고에 썩고 있으면서 누군가가 나서서 분석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995년 12월에 발사된 소호 우주망원경은 코로나와 태양풍 등을 20년 넘게 측정했다. 이 위성은 지구에서 태양으로 150만킬로미터 떨어진 첫번째 라그랑즈포인트 (Lagrange point, L1)를 선회했다.
     
이 지점은 외부에서 지구코로나를 관찰하기에 아주 좋은 지점이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창고에 묵혀있던 이 자료를 다시 끄집어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사장될 뻔 했던 소호 위성의 데이터는 극적으로 살아나서 지구 대기에 대한 새로운 빛을 던져주고 있다.
     
대기권의 영역을 크게 확장하는 것 못지 않게 이번 연구는 태양의 신비한 현상도 드러낸다. 지구의 낮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수소원자는 태양에 의해 압축되기때문에, 입방cm 당 70개의 수소원자의 밀도를 보여준다.


열권에서 공전 중인 인데버 우주왕복선. 주황색 띠가 대류권, 흰색이 성층권, 파란색이 중간권이다. ⓒ Wikipedia


달 궤도에서는 이 밀도가 0.2개의 수소원자로 줄어든다. 물론 이 정도의 밀도는 밀도라고 하기 보다는 거의 진공상태에 가깝다.

     
지구 대기권의 전체 영향권을 이렇게 63만 km까지 확대하면 우주 탐사는 아주 달라진다.
     
대기권을 이 지점까지 확대하는 것은 지구의 우주여행 및 위성 발사에 엄청나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대기권의 영향권이 넓어지면 그만큼 위성의 궤도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기권이 이렇게 늘어나면 달이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것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 우주연구소의 이고르 발류킨(Igor Baliukin)은 “달이 결국은 지구의 대기권 주변을 돌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평균 거리는 38만4,400km이므로, 천문학자들의 이런 주장을 수용한다면, 달은 지구 대기권의 대략 절반 지점을 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아직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했을까?
     
이번 발견의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은 지구 대기권 안에 있는 모든 우주 망원경도 먼 우주 탐사에 필요한 리만알파의 기준선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구의 대기권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 Pixabay


“별과 은하의 화학적 합성을 연구하기 위해 하늘의 자외선 파장을 관찰하는 우주망원경들은 이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의 천문학자인 장-루 베르토(Jean-Loup Bertaux)는 말했다.

     
결국 이들 천문학자들의 분석을 인정한다면 아직 인간은 한 번도 대기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셈이 된다. 더욱이 우주관측의 기본 자료를 바꿀 경우 우주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연구는 ‘지구물리학연구:우주물리학’(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pace Physics) 저널에 지난 15일 발표됐다.
     
심재율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a7%80%ea%b5%ac-%eb%8c%80%ea%b8%b0%ea%b6%8c-%ed%99%95%ec%9e%a5%eb%90%98%eb%8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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