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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Jun 16. 2022

만화가 김성모의 근성론을 읽고

직장인이여 근성을 가져라

1.

의구심반, 기대 반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시작부터 진부하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부모님은 이혼했었고... 한 페이지를 넘어가기도 전에 불행, 절망, 좌절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쓰읍. 계속 읽을까 말까? 한 장 넘기면 책의 주제가 되는 단어가 나온다. '근성'


2. 

얼마 전  만화가 김성모 작가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다. 기자가 근성론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 인터뷰 내용 속에서 김성모라는 사람에 흥미가 생겨 내 돈 주고 사지는 않고 도서관에 구매 요청을 해서 읽었다. 김성모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또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게 워낙 짤방과 밈으로 유명해서. 작가의 존재 자체가 희화화되고 조롱의 대상이 되는데 그런 사람의 자서전을 돈 주고 산다는 것이 왠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3. 

책을 읽으면서 느낀 팩트, 김성모는 최강 꼰대이자 마초남이다. 요즘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시대를 건너뛴 듯 90년대의 인간이 냉동됐다가 2022년에 해동되어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미워할 수가 없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김성모라는 사람, 한 번 만나보고 싶어지고 그가 주장하는 근성론이 결코 허황되지 않다고 느껴진다. 어느새 그에게 동화되어 '세상 뭐 있어? 다 부셔보자. 근성!!'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김보성의 '의리' 이후에 김성모의 '근성'이지. 


4.    

김성모 화실의 목표가 세계 제패란다. 뭔 미친 소리야 싶은데 목표를 그렇게 잡으니 행동도 그에 맞춰서 하게 된단다. 세상을 먹어버리겠다는 각오가 글 속에서 느껴졌다. 얼마나 진심을 담아서 글을 썼으면 문장 하나하나가 날카롭게 파고든다. 잘 쓴 글은 아닌데 진심이 느껴져서 전달이 잘 된다. 그리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5.

인생은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찾으려고만 해서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항상 정답을 강요한다. 정답이 없다니까. 왜 자꾸 자기들이 기준을 세워서 그대로 살기를 강요하는지, 그래 봤자 자기들도 얼마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인생은 정답이 없다. 길이 있으면 길로 가면 되고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그저 나 하고픈대로 하고 살면 된다. 내 인생인데 누가 뭐라 하나. 뭐라고 해 봐야 내 귀에는 개 짖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근성으로 살아가면 된다.


6.

직장 생활은 지랄 맞다. 내 뜻대로 되는 거 하나 없다. 주변엔 가정교육은 제대로 받았는지 학교는 나온 게 맞는지 싶은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또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의 비율이 항상 1:9 정도로 유지되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지랄 맞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직장은 다녀야 하고 버텨야 한다. 버텨주는 힘도 근성이다. 내가 당신들보다 잘 낫다는 마음으로 나의 발전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근성으로 다녀야 한다. 근성으로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은 회사가 이뻐 보일 때도 있다. 그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이란 근성 그 자체.


7.

김성모라는 사람, 인터넷에서 떠도는 짤방처럼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시대와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달라진 시대에 다른 가치를 전하는 이런 사람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사회가 풍성해진다. 김성모의 '근성론'은  어렵지 않고 분량이 많지도 않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내게는 나약해질 때마다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느껴진다. 직장인들이여 이 책을 읽고 잊었던  근성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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