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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Jun 02. 2022

카카오 근무제도 번복으로 보는 재택근무의 본질

자율과 책임

1.

몇 년 사이에 카카오는 참 말 많은 기업이 돼버렸다. 네이버랑 쌍벽을 이루는 빅 2로 컸지만 급격히 큰 만큼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온다. 물론 부정적인 쪽으로.


2. 

이번에는 또  왜 이리 소란스럽냐? 전격 재택근무를 하는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걸 요란하게 광고하더니 하루 만에 번복해 버렸다. 내부에서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내용을 보니 그럴만하다. 업무 시간에는 상시 음성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고 1~5시까지는 무조건 근무해야 한단다. 재택근무는 하지만 통제력을 강화하겠단 얘기다. 재택근무 활성화로 앞서가는 회사의 이미지는 챙기겠지만 당신들 일 잘하는지 못 믿겠으니 감시를 강화하겠단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 카카오 같이 젊은 이미지의 기업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꼰대 같은 생각이고 직원들 반발이 안 나오는 게 더 이상하다.


3. 

직장 내에서 꼰대라는 이슈가 불거진 지 꽤 됐다. 그래서인지 꼰대 아닌 척하는 꼰대들이 무척 많아졌다. 그저 쿨한 척. 그러나 가만 보면 겉으로는 쿨한 척하는데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게 보인다. 잠시 눈가림은 할 수 있겠지만 결국 같이 생활하다 보면 꼰대라는 게 드러난다. 카카오 경영진들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 이런 근무제도의 최종 결재를 승인하고 언론에 발표까지 할 정도면 꼰대 아닌 척하는 사람들이 경영진에 잔뜩 있다는 얘기다. 


4. 

근래 개발자들의 고연봉 이슈, 금리 인상으로 인한 IT 기업들의 성장성 문제, 코로나 끝물로 인해 비대면 이슈 감소 등으로 IT 인력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 녀석들 한번 혼내주고 꼼작 못하게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경영진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게 이런 형태의 근무 제도 강화로 나타난 게 아닐까? 


5.  

재택근무의 본질은 자율과 책임이다. 실리콘 밸리가 좋아하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따라 하는 정신 아닌가? 자율적으로 편한 곳에서 일하되 성과가 안 나오면 책임을 져라. 카카오의 재택근무는 자율이 없다. 음성으로 자리에 붙어있는지 확인하고 정해진 시간에 근무해야 하니 자율성이 없고 그렇다고 책임을 안 지우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자율은 없는데 책임은 져야 하니 말만 재택근무이지 오히려 더 빡세진 통제 시스템이다. 


6.

재택근무를 해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왠지 죄짓는 느낌이 계속 든다. 사내 메신저에 혹시라도 늦게 답변해서 놀고 있다는 인상을 줄까 봐 계속 확인해야 하고 엄청 피곤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택근무라 효율도 안 나오는데 눈치까지 봐야 하니 고통이 두 배다. 재택근무를 허용하려면 직원들이 그런 느낌 받지 않게 온전히 놔줘야 한다. 안 그럼 직원이나 회사나 서로 효율만 떨어진다. 카카오의 재택근무 제도는 직원들 눈치 엄청 주는 제도일 뿐이다. 업무 효율이 좋을 수 없다. 


7. 

경영진들은 꼰대 아닌 척 그만하고 정말 무언갈 바꾸고 싶으면 마음속 깊은 곳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세대들과 같이 일해나갈 수 있다. 또 재택의 본질은 자율과 책임이다. 철저히 눈치 안 주고 자율적으로 일하게 하되 책임만 분명히 지우면 된다. 책임을 철저히 지우는 게 전혀 한국적이지 않고 직원들에게는 매우 무서운 얘기이지만 그래야 회사도 편하고 재택 하는 직원들의 효율도 높아질 것이다. 이게 싫으면 출근해서 근무할 수 있게 해 주면 되는 것이고.


8. 

본인이 체득한 재택근무 팁: 회사 출근할 때와 동일한 루틴을 가져가야 한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씻고 밥도 회사에서와 똑같은 시간에 먹고 하던 일도 똑같이 하고. 무언가 달라지면 그때부터 밸런스가 무너져서 일이 안된다. 그런데 이럴 거면 그냥 회사 출근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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