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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Sep 08. 2022

12년 다닌 회사를 떠나며

끝과 시작

1. 

마지막 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날, 내일은 마지막이니 좀 늦게 출근할까? 고민도 했지만 해 왔던 루틴대로 이른 시간에 출근했다. 그게 나답다. 집에서 싸 온 아침을 챙겨 먹고 대표님께 마지막 인사드리고 PC 포맷해서 인수인계하고 점심을 먹고 자주 가던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 하고, 회사를 나왔다. 12년이나 다녔던 회사였는데 마지막은 상상했던 것보다 별거 없었고 담담하게 집에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직할 회사를 정하지 못해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크기도 했지만 어차피 계약 관계, 종료되면 남남이니 쓸데없는 감정 낭비는 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12년의 시간이 이렇게 끝난다는 게 아쉽기는 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아쉬웠다.


2. 

퇴사는 6월에 했다. 9월이 돼서야 퇴사 글을 쓰는 건 열심히 써 봤자 땡전 한 푼 안주는 브런치에 대한 열정이 식어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선뜻 손이 안 가더라. 12년을 짧은 글 하나로 마무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은 털고 가야 할 듯싶어서 결국 쓴다.  


3.

회사를 오래 다닌 이유는 적당한 안정감 때문이었다. 풍부하지는 않은데 적당히 안정되고 소속되어 있다는 것 때문에 떠나지 못했다. 더 근본적인 이유야 이직할 만큼 실력이 없어서였지만. 그러나 2018년부터 각성을 시작, 성장에 대한 욕구가 샘솟았고 직장인으로서 개발자로서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어느 정도 성장하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니 아직도 밑바닥이었고 이 회사를 계속 다니면 안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과감하게 한편으론 무책임하게 회사를 떠났다.


4.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회사를 향한 감정이 좋지는 않다. 그러나 30대의 전부, 40대 초반을 다 쏟아부은 회사다. 내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많은 부분 회사 덕분이었다. 고마운 감정을 잊지는 않으려고.


5.

1개월 정도 취업 준비를 하고 운 좋게 정말 운 좋게도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입사하고 보니 내가 최고령에 혼자 기혼자이고... 쩝. 다들 너무 젊더라. 하지만 젊은 분들과 어울려 일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좋다. 여기서 내 역할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와 보니 할게 많았다. 개발팀 자체를 처음부터 꾸려야 하는 상황. 부담이 되지만 이런 게 내가 원하던 일이다. 이미 만들어진 곳에 녹아들어 가는 일보다 처음부터 꾸려나가는 게 더 재미있다. 스타트업은 처음이지만 혼자서 다양한 일을 소화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잘 맞는다. 


6. 

40대 직장인들, 고민이 많을 것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큰 문제없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고민이 많다. 나이 때문에 다른 곳으로의 이직은 힘들고 현 회사에서의 위치도 불안정하다. 머리는 안 돌아가고 학습 능력은 퇴보하고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무엇하나 쉽지 않다. 그러나 창업할 거 아니라면(창업은 죽었다 깨어나도 말리고 싶음) 성장을 목표로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 말고 더 좋은 방법 따위 없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더라도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연계해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정말 그것 말고 방법이 없다.


7. 

40대 직장인들 모두 파이팅하시길. 직장인들 모두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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