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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쁜남자 May 20. 2024

폐에 물이 차서 응급실에 가다

자취생활로 무너진 면역 되살리기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쯤 일이다. 몇 주 전부터 명치가 아팠다. 회사 계단을 오르내리면 금방 숨이 차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지난 연말은 특히 좀 바빴다.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아 컨디션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 연휴 때 증세가 더 악화된 것이다.



“몸에 문제가 있나?”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자마자 동네 내과로 향했다. 이런저런 증상을 말하니 장을 풀어주는 약을 주셨다. 내과에만 간 것이 아니었다. 과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이 망가지고 몸이 망가졌다고 판단하여 정신과도 방문했다. 당시 회사에서 겪었던 일들을 말하고, 지금 몸 상태를 말하니 어떤 약을 처방해 주셨다. 



마침 크리스마스 연휴에 이어 남은 휴가계를 제출했던 상황이었다. 남은 휴가 동안 약 먹고 푹 쉬면 몸이 곧 회복될 거라 생각했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한숨 푹 자는 게 좋을 것 같아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이내 곧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하더니 숨쉬기가 힘들었다.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도 좀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헛구역질이 나오며,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던 와중에 119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잠재의식이 발휘된 거라 생각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숨이... 숨이 쉬어지지 않아요. 아... 숨쉬기 힘들어요.”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아... 좀 전에... 약 먹고 나서 그래요.”


“무슨 약 드셨어요?”


“아... 내과에서 받은 약이요.”


“내과에 왜 가셨어요?”


“아... 아... 명치가 아파서요.”



난 죽겠는데, 119에서는 상당히 침착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미칠 노릇이었다. 몇 분 뒤, 119 구급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난 잠옷 차림으로 3층에서 1층까지 비틀거리며 내려갔다. 그리고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응급실 도착 후, 이런저런 검사가 이루어졌다. 검사 결과, 폐에 물이 찼다는 진단을 받았다. CT를 찍어보니 정상 폐보다 2배 정도는 부풀려져 있었다. 폐에 물이 차면 심장에서 혈액을 보내는 기능이 약해지면서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셨다. 그날 그 즉시 폐에 물을 빼는 시술에 들어갔다. 시술은 무사히 잘 끝났고, 일주일 뒤에 퇴원하였다. 그 이후로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지금은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전되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의사선생님께서는 폐렴이 의심된다고 하셨다. 그럼 담배도 피우지 않는 내가 폐렴은 왜 걸렸던 것일까?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몸 자체가 많이 약해져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마지막 검사를 받던 날, 의사선생님께서는 내게 잠을 충분히 자고, 과로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마침 작년에 국민건강보험에서 안내문을 하나 받았던 게 기억났다. 안내문에는 내가 대사증후군 주의 단계이며,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수준이라는 안내문이었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쌓인 지방 덩어리를 간으로 끌고 가 분해시키는 혈관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데, HDL 콜레스테롤이 적으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견과류, 등 푸른 생선 등 양질의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으로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라는 조언이 적혀있었다. 예전부터 내 몸은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던 것이다.



회사일로 스트레스 받는 건 그렇다 치고, 그동안 자취생활을 하면서 내 몸을 망치는 습관이 없었는지 돌이켜봤다. 우선 운동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오른팔 테니스 엘보로 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 뒤로 좋아하던 헬스를 그만두고, 팔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피했다. 팔이 나을 때까지 운동은 포기하며 살았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 운동 정도. 하지만 건강을 챙기기에는 부족한 운동량이었다.



다행히 오른쪽 팔꿈치는 많이 호전되었다. 다시 근력운동을 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하여 다시 헬스를 시작했다. 단순히 근육만을 키우는 운동이 아니라 기초체력을 키우고 무너진 면역을 되살리기 위한 강도 높은 운동을 새로 시작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식습관이었다. 흔히 자취생활을 하면 집에서 밥은 안 해먹고 매 끼니를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다행스러운 점은 난 그런 편은 아니다. 배달음식을 시켜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자취방이 부모님 집과 가까운 터라 집에서 반찬을 싸오는 편이다. 어머니께서는 혼자 사는 자식이 행여 건강을 망치지 않을까 싶어 건강식 반찬으로 챙겨주시는 편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집에서 싸온 반찬 위주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하루는 반찬을 유심히 보니 전부 짠 음식이 주를 이루었다. 메추리알 장조림, 진미채볶음, 콩자반, 오징어젓 거기에 내가 방금 구운 스팸 구이. 자취방에 있는 냉장고 성능이 좋지 않아 여름철이 되면 반찬이 금방 쉰다. 반찬을 오래 두고두고 먹으려면 반찬에 소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 식단에 채소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 당근이나 양파, 오이 등을 사서 먹기는 했지만, 끼니마다 챙겨 먹기가 쉽지 않았다. 사러 가기 귀찮고, 닦아 먹기 귀찮고, 껍질 깎기 귀찮다는 이유로 몇 번 챙겨 먹다 다시 예전 식단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그러다 집 근처에 샐러드 가게가 생겼다. 내가 직접 각종 채소를 구매해서 씻고 썰어서 먹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다양한 채소를 한 그릇에 팔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주중에 한두 번은 끼니 자체를 샐러드로 해결한다. 생각보다 맛도 괜찮고, 나름 포만감도 있고, 먹고 나면 속이 편해 저녁으로 먹기 딱 좋다. 



샐러드를 포장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이면 집 근처에 있는 대패삼겹살집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 순간이 가장 위기다. 샐러드를 들고 있는 내가 한없이 작아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무너진 면역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혼자 살면 나도 모르게 놓치는 것 중 하나가 건강이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노래 중에 [건강하고 긴 삶]이라는 노래가 있다. 혼자 지내는 삶이 건강하고 긴 삶으로 지속되기 위하여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한다. 아침마다 방영되는 생활정보 방송에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응급실에 한번 실려가 보니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역시 사람은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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